“물난리를 겪은 지 얼마나 됐다고…”
전날 밤 내린 극한호우에 또 다시 침수 피해를 입은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신안교 일대 주민들은 4일 오전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이날 빗줄기가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서 주택과 상가에 들어찬 물을 빼내느라 땀과 빗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주민들은 물에 젖은 가재도구와 집기들을 건물 밖으로 꺼냈고, 흙범벅이 된 보행자 도로와 차로는 물을 뿌려 씻겨냈다. 쓰레기와 수풀이 떠내려온 인근 배수로에선 준설작업이 한창 진행됐다.
60대 주민 A씨는 “이제 좀 정리가 되나 싶었는데, 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릴 줄 알았느냐”며 “지난달 17일 큰 비가 내린 이후에 정확히 17일 만에 다시 침수됐다”고 토로했다.
신안동 주민들은 지난달 극한호우 당시 ‘물그릇’ 역할을 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서방천 홍수 방어벽 철거도 강하게 주장했다. B씨는 “과거엔 큰 비가 내려도 빗물이 모두 서방천으로 빠졌는데, 홍수 방어벽이 세워진 뒤로는 빗물이 홍수 방어벽에 막혀 오히려 마을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해대책위를 꾸린 이곳 주민들은 광주광역시와 광주 북구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광주·전남 누적 강수량은 무안 운남 257.5㎜, 광주 197.5㎜, 담양 봉산 196㎜, 구례 성삼재 188.5㎜ 등을 기록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지난달 극한호우 당시 침수피해를 입었던 광주 북구 신안동과 운암동, 용봉동 일대 주택과 상가가 또 다시 침수됐다. 이 일대는 지대가 낮아 상습침수구역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전날 시간당 최대 142.1㎜의 폭우가 쏟아진 전남 무안에서는 60대 남성 1명이 강한 물살에 떠내려갔다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당국은 자연재난에 의한 인명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다. 무안과 함께 한때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던 전남 함평에서도 주택 50가구와 상가 46곳이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어제 또다시 폭우가 쏟아져 송정지하차도가 잠기고, 호남고속도로 용봉IC~서광주IC 구간이 또 한번 침수됐다. 시설과 주택 등 침수 피해가 많았다”며 “특히 지난번 침수된 신안교 주변을 비롯한 북구와 광산구가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재난지역이 조속히 선포되길 희망한다”면서 “광주는 북구와 광산구 어룡동 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준비되고 있고, 피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