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 화재 막는다…부산시, 재난약자 전담팀 가동

입력 2025-08-04 11:04

부산시가 잇따른 노후 아파트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아동과 노인 등 재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종합 화재 예방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시는 이준승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재난 약자 화재 예방 전담팀(TF)’을 꾸리고 14개 부서·기관과 함께 정기 회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예방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대책은 이달 중 발표 예정인 범정부 종합대책과 연계해 지역 실정에 맞춘 맞춤형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번 대책은 최근 부산에서 어린 자매가 숨지는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데 따른 후속 대응 성격도 크다. 지난달 2일 밤 기장군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집 안에 있던 6세·9세 자매가 숨졌으며, 불과 9일 전인 지난 6월 24일에도 부산진구 아파트에서 비슷한 사고로 자매(11세·7세)가 숨졌다. 두 사고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아파트에서 부모 외출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안전 사각지대 문제가 제기됐다.

핵심 대책 중 하나는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아동 돌봄 AI 통합 콜센터’ 구축이다. 시는 내년에 상담 기능을 갖춘 통합 창구를 신설해 연령대와 상황에 맞는 돌봄 기관을 안내할 계획이다. 특히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의 야간 시간대에 취약계층 아이돌보미 수당을 지원하는 야간 돌봄 서비스도 긴급 추경을 편성해 확대한다.

틈새 보육 강화도 추진된다. 주말·공휴일에도 운영되는 ‘365 열린 시간제 어린이집’은 10곳으로 늘리고, 야간연장 어린이집과 시간제 보육 제공기관도 내년까지 각각 10개 이상 확대한다. 초등학생 대상 방과후 돌봄 기관 역시 야간 보호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하고, 관련 기관 수도 2배 이상 확충할 계획이다.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전수조사도 본격화한다. 스프링클러 미설치 단지 3000여곳을 대상으로 소방본부, 전기안전공사,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긴급 화재 안전 점검이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교육과 훈련도 병행된다. 초등학교 252곳 중 208곳은 방학 전 소방 안전교육을 마쳤으며, 나머지 학교는 2학기 개학에 맞춰 교육을 진행한다. 화재 위험이 큰 아파트 42곳은 입주민 중심의 소방 훈련도 이달 말까지 할 예정이다.

시는 재난 약자 가구를 대상으로 전기 안전 멀티탭과 단독경보형 연기감지기 보급에 나선다.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와 복지관에는 소화기를 추가 배치하고 일부 노후 아파트에는 목제 방화문을 시범 설치한다. 간이스프링클러는 연내 120가구에 추가 보급할 예정이다.

사회복지시설 안전대책도 강화된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복지관 34곳에는 관련 기관과 협의해 차례대로 설치를 진행하며 어린이집·복지시설·요양병원 등에는 하절기 안전 점검과 연 1회 이상 대피 훈련을 한다. 내년부터는 소방·전기·가스 등 퇴직 전문가들로 구성된 ‘화재 예방 안전기동단’을 운영해 노인복지관 등 재난 약자 이용 시설을 직접 점검할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화재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촘촘한 돌봄서비스를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에도 더 힘쓰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