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포장” “엉망진창 배송”…쓱배송 잃은 SSG닷컴의 추락

입력 2025-08-04 10:05 수정 2025-08-04 10:41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주부 A씨는 최근 SSG닷컴에서 과자와 레토르트 식품을 주문했다가 전부 반품해야 했다. 동봉된 얼음팩이 녹으면서 주문한 상품이 전부 축축이 젖어버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문 물품이 모두 냉동 포장이 필요 없는 ‘실온 제품’이었다는 것. A씨는 “웬만하면 그냥 먹으려 했는데 종이 상자가 눅눅해져 쓰레기가 돼 있었다”며 “심지어 일부 얼음팩은 터져 현관 청소까지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SSG닷컴 고객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온 제품이 냉동 포장된 채 배달되거나, 냉장·냉동 제품이 녹은 상태로 배송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B씨의 경우 냉동 돼지고기와 냉동 과일을 주문했지만 다 녹은 상태의 제품을 받아야 했다.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이었지만 상자에는 단 1개의 얼음팩만 들어 있는 상태였다. B씨는 “배송 완료 메시지가 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택배를 확인했는데도 상자에 물이 흥건했다. 그간 신선식품 배송 능력을 믿고 SSG닷컴을 애용했는데 더이상 이용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들은 SSG닷컴이 지난달 자체 배송 서비스인 ‘쓱배송’을 완전 중단하면서 잦아졌다. SSG닷컴은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하자 물류 비용 절감을 위해 모든 배송을 CJ대한통운에 이관했다. 신선식품이 보랭가방인 ‘알비백’이 아닌 종이상자에 담겨 배송되기 시작했고,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었던 배송 시간은 하루 단 2타임으로 줄었다.

지난달엔 연이은 배송 지연으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서부권 소비자를 중심으로 “주간 배송(오후 7시30분까지 도착)으로 주문했는데 오후 10시에 도착했다” “신선·냉동 식품을 아이스박스도 아닌 종이상자에 보내 얼음이 다 녹아서 왔다”는 식의 불만이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SSG닷컴의 핵심 강점이던 신선식품 배송 경쟁력이 흔들리면서 앞으로도 SSG닷컴의 고객 이탈률이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한 쿠팡의 공세로 SSG닷컴은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든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도 1조6784억원에서 6.1% 감소한 1조5754억원에 그쳤다. 2023년에도 매출이 전년보다 3.8%나 줄었는데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쓱배송까지 사라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더 이상 SSG닷컴의 경쟁력을 느끼기 힘든 상황”이라며 “새벽배송 시장에서의 쿠팡 영향력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