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달린다”… 폭염에도 식지 않는 ‘러닝’ 열기 공략

입력 2025-08-04 05:01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나이키 런클럽 롯데월드타워' 참여자들이 러닝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직장인 황모(28)씨는 무더운 날씨에도 밤이 되면 공원으로 향한다. 8년째 러닝을 즐기고 있는 그는 “요즘 러닝의 인기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실감한다”며 “몇몇 마라톤 대회는 아이돌 콘서트를 예매하듯 ‘서버시계’를 켜놓고 접수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러닝 열풍이 이어지면서 유통·패션을 넘어 식품과 여행업계까지 러닝을 활용한 콘텐츠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소비 성향이 뚜렷한 2030 러너들이 놓치기 아까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다.

3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러닝’ 검색어는 지난 6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도 최고치 대비 94 수준의 관심도를 이어갔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는 올해 상반기 러닝 관련 검색량이 전년 대비 229% 증가했으며, 지그재그에서도 러닝 반바지(636%)와 암밴드(846%) 등 연관 상품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러닝 시장이 확대되면서 브랜드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기능성을 앞세운 글로벌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나이키·아디다스 중심의 기존 구도를 흔드는 양상이다. 스위스 스포츠 브랜드 ‘온’은 올해 하반기 서울에 3곳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며,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를 유통하는 조이웍스는 지난해 매출 8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9% 성장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유통·패션업계는 소비자들과 ‘함께 달리는’ 경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품 판매를 넘어, 러닝을 중심으로 브랜드와 소비자가 연결되는 접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러닝 특화 매장 ‘나이키 라이즈’는 연 회원 1000명 규모의 ‘나이키 런클럽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며 매주 러닝 클래스를 열고 있다. 뉴발란스는 지난 3월 북촌점을 ‘런 허브’로 리뉴얼하고, 러닝화·러닝복 대여 서비스와 함께 경복궁·광화문 등 주요 명소를 아우르는 러닝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사 제품 체험은 물론 색다른 러닝 경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러너들을 겨냥한 체험형 콘텐츠는 식품·여행업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아이스크림 ‘설레임 쿨리쉬 바닐라’ 출시를 기념해 오는 31일 서울 마포구에서 ‘2025 설레임런’을 개최한다. ‘열 받는 러닝대회’를 콘셉트로, 러닝 후 아이스크림을 제공해 소비자들의 제품 경험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NOL 인터파크투어는 최근 육상 국가대표 출신 코치와 백두산에서 트레일러닝을 즐기는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스카이스캐너가 지난 3월 한국인 러너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55%가 ‘러닝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만큼 향후 러닝과 여행을 결합한 ‘런트립’ 수요 확대도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브릿지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러닝화 시장은 2023년 165억9000만 달러(약 23조551억원) 에서 2031년 307억 달러(약 42조6637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러닝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단발성 제품 홍보가 아닌, 러너들이 공감하고 매력을 느낄만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