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 4개월이 지났다. 처음 아이가 다쳤을 때 그 여파가 이렇게 오래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가해자는 가해자 나름대로, 피해자인 한 가족도 가족 나름대로 고통 속에서 보낸 아까운 시간이었다. 다만 아쉬운 건 사건 발생 초기에 가해자 측에서 과실을 인정하고 아이의 치료비 40만원만 받겠다는 피해자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이렇게까지 서로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2년 4개월 전, 그녀의 가족은 휴일을 맞아 아직 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다. 여느 아이들처럼 그녀의 아이도 들뜬 표정으로 이런저런 놀이기구를 탔다. 사달은 ‘에어바운스’라는 놀이기구에서 발생했다. 에어바운스는 비닐 천막에 공기를 주입한 놀이기구인데, 위에 올라갈 경우 미끄러지기 쉽고 바람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시설관리자는 에어바운스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지면이나 주변 지형물에 고정해야 하고, 운행요원으로 하여금 이용객의 안전한 탑승상태를 주시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에어바운스에 탔을 때 마침 바람에 에어바운스의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아이는 이 사실을 모른 채 타다가 틈새에 몸이 끼어 1m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아이는 얼굴에 찰과상을 입고 몸 여기저기에 타박상을 입었다. 병원에서는 전치 2주라고 진단했다. 여느 엄마처럼 그녀도 자신이 다친 것보다 더 아팠다. 그래서 일단 아이의 치료에 전념했다. 아이가 완치되었을 때까지 든 치료비가 40만원 정도 되었다.
그녀는 놀이공원 측에 연락해서 치료비로 든 40만원 정도에서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놀이공원 측은 자신들이 잘못한 게 없는데, 왜 합의하냐면서 완강하게 합의 제안을 거절했고, 적반하장 식으로 ‘법대로 하라’고도 했다. 이제 어떨 수 없다. 법대로 하는 수밖에. 그녀는 놀이공원의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놀이공원 대표는 수사기관에서는 물론 법원에서도 당당했다. 변호사를 선임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는 과실이 있다고 보고 기소했고, 1심 법원에서도 놀이공원 대표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에어바운스의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설치하지 않았고, 안전요원으로 하여금 주변 잡초를 뽑는 등 다른 업무를 하도록 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면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다.
1심 벌금 선고에 안타까웠던 그녀는 다시 놀이공원 측에 40만원에 합의하자고 연락하였으나, 놀이공원 측은 이번에도 그녀의 제안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1심과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여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과 달리 판단할 이유가 없어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고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그녀는 놀이공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결국, 40만원이면 해결되었을 일을 변호사비 2000만원과 벌금 5백만원을 쓰고도 해결하지 못한 셈이 되었다. 소탐대실(小貪大失)도 이런 소탐대실이 없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녀의 제안을 받는 것이 더 이익이 될 것 같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