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승인 조건인 ‘항공권 인상 한도’를 위반해 철퇴를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에 역대 최대인 121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3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걸었던 조건인 ‘좌석 평균운임 인상 한도 초과 금지 조치’를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당시 거대 항공사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서 운임을 과도하게 인상하지 못하도록 한도(2019년 평균운임+물가상승률)를 설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첫 이행시기인 올해 1분기에 30여개 노선 중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광주-제주 등 4개 노선에서 인상 한도를 1.3~28.2%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6억8000만원을 더 받은 것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지난달 23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에 이행강제금 총 1008억원 부과와 대표이사·법인 검찰 고발 의견을 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고의가 아니고, 새로 도입한 운임 인상 한도 관리 시스템의 오류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측은 9개 노선에서 운임을 더 받고 있다는 것을 지난 2월 인지했다며 1분기 평균 운임을 낮추려고 여러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유럽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을 최대 98% 할인된 단돈 20만원에 파는 등의 노력을 했는데도 결국 4개 노선에선 한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또 잘못을 모두 인정하며 총 31억5000만원을 소비자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초과 운임을 받은 4개 노선 전체 승객에게 전자 바우처 10억원어치를 지급하고, 3개 국제노선에서 7억7000만원 규모의 특가 판매를 하겠다고 했다. 전체 노선을 대상으로 2만원 할인 쿠폰 5만장(10억원어치)을 배포하고, 인기 노선인 런던·이스탄불 노선에선 3억8000만원 규모의 할인 판매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의 조치에 이행강제금을 1008억원에서 121억원으로 크게 낮추고, 검찰 고발 대상에서 대표이사를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법인은 여전히 고발 대상이다.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은 기업결합에 부과된 시정조치의 핵심적인 사항 하나를 첫 이행 시기부터 지키지 않았다”며 “시정 조치 준수 기간은 2034년 말까지로, 이행 여부를 더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위원회 결정 취지를 존중하며 처분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시정조치 해석과 실행 과정 전반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