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엄 막은 K팝 응원봉처럼…국정 혁신 방안은 ‘모순의 융합’

입력 2025-08-03 14:36
2024년 12월 9일 오후 대구 중구 CGV 대구한일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시민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이 국정 혁신의 방향을 ‘K이니셔티브(한국이 세계를 주도한다)’로 설정하고, 핵심 주제어로 ‘모순의 융합’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K팝 응원봉으로 비상계엄을 저지한 한국의 민주주의처럼 이질적인 가치의 재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각 부처에도 이를 적용한 ‘한국적 혁신 과제’를 연구·발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한상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달 31일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등 중앙 부처 장·차관과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 약 280명이 참석한 국민주권정부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강의를 진행했다.

조 비서관은 강의에서 이재명정부 국정 혁신 방향인 K이니셔티브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모순의 융합’을 제시했다. 이질적인 소재를 융합해 세계를 주도하는 ‘한국적인 것’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조 비서관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묶어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후 각 정부 부처에 모순된 것들을 융합해 세계를 선도할 한국적 혁신 과제를 연구하고 발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에 따라 진보나 보수 의제 중 양자택일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고, 실용주의적으로 양측을 아울러 더 큰 시너지를 내는 게 ‘모순의 융합’의 한 예라는 것이다.

방법론적으로는 초기 아이디어 제시 단계부터 ‘관(官) 주도’가 아닌 정부 부처와 민간 기업이 하나로 융합하는 방식 등으로 한국만의 독특한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각종 제도 개선과 인사 혁신 등에 앞서 공직자들이 ‘세계를 주도하는 사람(이니시에이터)’으로서의 의지를 갖춰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며 “거기서부터 세계를 선도하는 ‘진짜 대한민국’이 출발할 수 있다는 게 이재명정부의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국제 질서의 흐름에서 우리 것을 더 잘 내세워야 생존할 수 있다는 시각도 반영됐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민족주의적 지배 개념은 당연히 배제돼야 하겠지만, 국제 질서의 냉엄한 현실은 우리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우선 ‘국가 브랜딩’ 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모순의 융합’을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같은 내용의 보고를 받고 “진행해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국가 브랜딩 과정에서 스타트업 등 기업과 협업하는 아이디어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