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GA 모자 10개 가져갔다”…한미 관세협상 후일담

입력 2025-08-03 13:48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미 관세협상 후일담을 전하고 있다. 오른쪽에 놓인 것이 한국이 이번 협상을 위해 준비한 '마스가 모자'. 방송화면 캡처

“우리가 디자인을 해서 미국에 10개를 가져갔다. 이런 상징물을 만들 정도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가 언급한 ‘상징물’은 한미 관세협상을 앞두고 준비해 간 모자였다. 여기엔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의미하는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MAGA 모자’를 흉내 낸 것이었다.

김 실장은 방송에서 마스가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후일담을 전했다. 스튜디오에 마스가 모자를 갖고 나오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그렇게 다방면에 걸쳐서 조선 쪽에 많은 연구와 제안이 돼 있다는 것을 미국은 상상 못 했을 것”이라며 “조선이 없었으면 협상이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 상무부 청사 앞에서 한국 협상단이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설명 패널을 호텔 식탁보로 감싼 채 옮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실제로 협상 당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는 자리에 이 모자와 대형 패널 등을 가져가 마스가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트닉 장관은 “그레이트 아이디어(Great Idea)”라며 호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협상 도중 러트닉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행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가자 한국 협상단도 그를 따라갔는데, 김 실장은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미팅이 제일 실질적이었다”며 “협상이 타결될 수 있는 ‘랜딩존(landing zone·착륙지)’이 보였다”고 회고했다.

한국 정부는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을 끝까지 염두에 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협상 조건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 (백악관에서) 그냥 나와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