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리 신부 딸, 이민 법원 출석 뒤 ICE에 체포

입력 2025-08-03 08:21 수정 2025-08-03 16:50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ICE 연방청사 앞에서 '고연수씨와 억류된 모두에게 자유를 달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들고 있다. 뉴욕성공회교구 제공

김기리(대한성공회) 신부의 딸 고연수(20·미국 퍼듀대)씨가 비자 문제로 법원에 출석했다가 나오던 중 미국 이민 당국에 붙잡혀 억류됐다. 합법적인 체류 신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씨는 구금 시설에 억류된 이후 가족 면회조차 불가능한 형편이다.

미국성공회와 교민 사회는 즉각 문제 제기에 나섰다.

뉴욕성공회교구(The Episcopal Diocese of New York)와 뉴욕이민연대 등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매슈 헤이드 뉴욕성공회교구 주교는 “미국의 이민자 정책은 혼돈에 빠졌다. 고씨의 석방과 함께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뉴욕성공회교구와 가족 등에 따르면 고씨는 김 신부를 따라 2021년 3월 종교 비자의 동반가족비자(R-2)로 미국에 입국해 합법적으로 체류해 왔다. 그사이 뉴욕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퍼듀대에 재학 중이다.

2023년 신분 연장을 승인받아 올 연말까지 합법적 체류 자격이 있던 고씨는 지난달 31일 체류 신분 확인을 위해 뉴욕 이민법원에 출석해 오는 10월로 심리 기일이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법원에서 나오다 ICE 요원들에 의해 갑자기 체포됐다. 이후 맨해튼 ICE 청사에 임시 구금된 고씨는 조만간 다른 이민자 구금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석자들이 뉴욕 맨해튼 ICE 연방청사 벽에 꽃을 달고 있다. 뉴욕성공회교구 제공

최근 들어 ICE가 이민법원 심리에 출석했다가 법정을 나서는 이민자들을 영장 없이 체포해 추방하는 일이 잦아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이민법원 청사가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ICE 요원이 서류 미비 이민자를 체포하는 데 영장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법정에 출석한 이민자들을 체포한 뒤 억류하는 ICE의 이 같은 단속 방식이 불법이라며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김 신부는 2004년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처음으로 사제 서품을 받은 여성 성직자다.

김 신부는 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딸과 통화는 했는데 자유롭게 할 수는 없고 면회는 불가능하다. 변호사 접견도 직접 할 수 없다고 들었다”면서 “48시간 구금 후 다른 시설로 옮긴다고 하는데 뉴욕도 주말이라 어떻게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