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인기에 한국 아이스크림 수출액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장수 제품들이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는 맛과 성분으로 변주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K아이스크림은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 1억 달러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6943만 달러(약 96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다. 수출량도 2만505t으로 21.2% 늘며 처음으로 상반기 기준 2만t을 넘어섰다.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다. 전체의 36.6%(2541만 달러)를 차지했다. 필리핀(971만 달러), 중국(688만 달러), 캐나다(462만 달러), 러시아(259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 성과를 견인한 주역은 빙그레와 롯데웰푸드다. 빙그레는 ‘메로나’와 ‘붕어싸만코’ 등 스테디셀러 제품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며 제품군을 넓힌 빙그레는 현재 60여개국에 총 3억8000만개 이상의 아이스크림을 수출 중이다.
수출 증가의 핵심은 ‘현지화 전략’이다. 빙그레는 대표 브랜드인 ‘메로나’를 국가별로 재구성해 선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스트코와 세이프웨이 등 대형 유통채널에 입점하며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 제품 구성도 망고, 바나나, 타로 등으로 다변화했다. 유럽에서는 비건 인증을 받은 식물성 제품을, 중동에서는 할랄 인증 제품을 선보이며 채식·종교 소비 트렌드에도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빙그레의 빙과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5.3%로, 업계 평균치(35.5%)를 크게 웃돌았다. 빙그레 관계자는 “유제품을 제외하고도 메로나 고유의 질감과 맛을 구현하는 데 성공해 유럽 중심으로 식물성 메로나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식물성 메로나의 상반기 유럽 지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웰푸드도 본격적인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설레임’ ‘찰떡아이스’ ‘빵빠레’ 등 국내 인기 제품을 미국, 중국, 필리핀, 대만 등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설탕 제품 ‘제로 미니바이트 밀크 앤드 초코’를 중국 코스트코 7개 전 지점에 입점시키며 건강 디저트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인도 시장에서의 성과가 주목된다. 롯데 인디아 푸네 신공장에서 생산된 ‘돼지바’(현지명 크런치)는 출시 3개월 만에 100만개 이상 판매되며 초기 시장성을 입증했다. ‘죠스바’ ‘수박바’ 등도 인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롯데는 2028년까지 푸네 공장의 생산라인을 기존 9개에서 16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K아이스크림의 인기 요인으로 ‘저가 프리미엄’ 전략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아이스크림은 가격대가 높지 않으면서도, 제품 하나하나에 콘셉트가 명확해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기 좋다”며 “디저트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층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수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팝, K드라마 등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아이스크림이 노출되면서 팬덤 중심의 수요가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미국이 한국산 식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 수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미국은 전체 아이스크림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처인 만큼, 가격 경쟁력 저하와 소비 위축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아이스크림 자체가 비교적 저가 제품이기 때문에 수요 감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