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스토링텔링이 풍성한 대회가 또 있었는가 싶다.
올해 신설된 KLPGA투어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이다. 2일 강원도 원주시 오로라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3라운드 결과 1~4타 차이로 선두권에 10여명이 촘촘하게 포진,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됐다.
투어 최초의 자매 우승 대결, 10년만의 생애 첫 승, 상반기 첫 4승 여부 및 세 번째 다승자 배출, 작년 공동 다승왕의 시즌 첫 승, 강원도에만 오면 펄펄 나는 이른바 ‘강원도의 여인’ 우승 도전 등등 그야말로 스토리텔링 맛집이다.
■‘리틀 버디 폭격기’ 고지원과 ‘원조 버디 폭격기’ 고지우 자매의 우승 대결
고지원(21·삼천리)은 ‘버디 폭격기’로 불리는 고지우(22·삼천리)의 두 살 아래 친동생이다. 언니 고지우는 투어에서 2승이 있으나 2023년에 투어에 데뷔한 고지원은 우승 없이 올 시즌 정규투어와 2부인 드림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그런 고지원이 생애 첫 승 기회를 잡았다. 3라운드 결과 6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단독 선두(중간합계 15언더파 201타)에 자리했다. 고지원은 2주간의 휴식기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퀄리파잉 스쿨 예선전에 출전하는 등 쉼없이 혹서기를 보냈다. 그런 만큼 경기 감각이 흐트러지지 않은 게 이번 대회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언니 고지우는 이날 2타를 줄이는데 그쳐 공동 13위(중간합계 9언더파 207타)로 최종 라운드를 들어가게 됐다. 동생과는 6타 차이지만 ‘버디 폭격기’에 걸맞게 몰아치기에 능해 역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작년 다승왕 배소현과 박지영의 시즌 첫 승 도전
배소현(32·메디힐)은 작년에 3승을 거둬 공동 다승왕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 같지가 않다. 그런 배소현이 이번 대회에서 시즌 마수걸이 우승 기회를 잡았다.
이날만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에 자리한 것. 배소현은 자신의 주특기인 쇼트게임을 살려 시즌 첫 승 기회를 살리겠다는 각오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박지영(29·한국토지신탁)도 작년에 3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으나 올해는 우승없이 4차례 ‘톱10’에 그치고 있다. 박지영은 이날 5타를 줄여 4위(중간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순위를 끌어 올려 고향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11승째를 올릴 기회를 잡았다.
■LPGA투어서 유턴한 성유진의 복귀 이후 첫 우승 도전
KLPGA투어 통산 3승이 있는 성유진은 작년 1년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하다 올해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올해 15개 대회에 출전, 3차례 ‘톱10’ 입상이 있지만 우승은 없다.
하지만 시즌 16번째 출전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 3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아 코스 레코드인 8언더파 64타를 쳐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 자리했다.
■투어 10년차 최민경의 생애 첫 승 도전
최민경(32·지벤트골프)은 올해로 투어 데뷔 10년차를 맞아 ‘K-10클럽’에 가입했다. 통산 247개 대회에 출전해 올 시즌 2차례 등 총 26회 ‘톱10’ 입상이 있으나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최민경은 이날 2타를 줄여 통산 2승이 있는 최은우(30·아마노)와 함께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5위(중간합계 12언더파 204타)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가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다.
■시즌 다승 선두 이예원의 개인 통산 첫 4승 도전
이예원은 2023년에 이어 작년에도 3승을 거둬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다. 올해도 벌써 3승을 거둬 1승만 추가하면 개인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현재 대상과 상금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예원이 최근 부진을 털어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날 무빙데이에서 이예원은 4타를 줄여 고향 강원도에서만 통산 2승이 있는 한진선(27·메디힐), 조혜림(24·파마리서치)과 함께 공동 7위(중간합계 11언더파 205타)에 자리했다. 선두와는 4타 차이여서 충분히 역전 사정권이다.
원주(강원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