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2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게 됐다고 발표하면서 “축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IFC 더포럼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기자회견에서 “토트넘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룰 것을 다 이뤘다”며 “새 환경에서 축구를 하고 싶었다”고 이적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손흥민은 올여름을 끝으로 토트넘과의 10년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통산 454경기 173골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 토트넘의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오는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친선전을 치른다. 아래는 기자회견 일문일답.
-내한 소감은.
“또 한 번 토트넘과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선수들도 무척 기대하고 있다. 한 가지 말씀드려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먼저 말씀 드리고 싶었다.”
-이적을 결심한 이유는.
“축구를 하면서 내린 제일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 한 팀에 10년 동안 있었던 건 나로서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토트넘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걸 바쳤다. 운동장 안팎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내가 이룰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생각한 게 (이적 결정에) 가장 컸던 것 같다. 내 안에서 다른 환경 속에서 축구를 해보는 걸 좀 더 많이 얘기했던 것 같다. 팀에서도 결정을 존중해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가장 좋아했고 성장한 곳인 토트넘에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팀을 떠나는 심정은.
“앞서 강조한 것처럼 커리어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다만 새로운 환경과 동기부여를 갖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팬들과의 즐거운 추억과 트로피를 기분 좋게 안고 떠날 것이다. 처음 토트넘에 왔을 땐 영어도 잘 못하던 소년이었는데 10년 넘게 활약하고 남자가 돼 떠날 수 있어 기쁘다. 모든 건 작별할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 이적할 팀은.
“이 자리에서 어디로 간다고 말씀을 드리려고 온 건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내일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향후 거취는 조금 더 결정 나면 이야기하겠다.”
-유럽축구연맹 슈퍼컵까지 뛰는지.
“답변하기 힘들다. 내일 경기(뉴캐슬전) 이후 확실해지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새 팀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지.
“이적 결정에 있어 어떻게 보면 월드컵이 가장 중요했다. 내게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 내 모든 걸 다 쏟아 부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행복하게 축구할 수 있는 곳이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토트넘 동료들의 반응은.
“팀에서 오래 함께했던 소수 인원에게만 얘기했다. 당연히 그들은 오랜 동료이자 친구가 떠나는 것에 실망했지만 그럼에도 내 결정을 존중했다.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벤 데이비스가 이런 감정을 전했다.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보낸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건 어렵다. 그들도 실망한 것으로 보였지만 기쁜 마음으로 받아줬다.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실망과 존중을 동시에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
-홍콩 투어 중 아스널전 때 표정이 좋지 않았다는 말도 있었다.
“팀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은 좀 오래된 것 같다. 쉽지 않은 몇 주였다. 항상 밝으려고 노력하고 축구할 때 가장 행복하지만 10년을 보낸 곳에서 홀가분하게 떠나는 건 쉽지 않았다. 선수들한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속마음은 티가 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를 도와주시는 팬들이 작은 행동과 습관 하나하나를 알고 있다. 한국에서 보내는 이틀만큼은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양민혁이 토트넘에서 바통을 이어받게 됐는데.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다. 어린 선수들이 EPL에서 경쟁하고 자기 자리를 위해 싸우는 모습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앞으로 정말 미래가 밝고, 가야 할 길이 먼 친구다. 내 조언보다는 직접 부딪히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게 훨씬 더 느끼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민혁 선수가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성장만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고 싶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