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핵심 산업을 대표하는 13개 업종별 단체가 한목소리로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산업현장에 파업 만능주의를 불러오고, 다단계 협업 구조를 기반으로 한 국내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자동차·조선·철강·건설 등 13개 업종별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노조법 개정안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시행될 경우,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조합법 제2조의 사용자 개념 확대와 제3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산업 현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로 넓히면서, 원청 사업주를 교섭 당사자에 포함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며 “이 조항은 도급 계약의 법적 체계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원·하청 협력 체제를 기반으로 한 제조업 구조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동차와 건설 등 다단계 협업이 일반화된 업종에서는 “수백 개 협력사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경우, 교섭의무 판단 기준이 모호해져 기업 활동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노조의 불법행위에도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워지면 산업현장은 불법 점거, 폭력, 방해 행위 등으로 더욱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도 같은날 “법안이 현재 형태로 시행되면 미국 기업들의 한국 투자 의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개정안이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백 개 협력사와 함께 움직이는 조선산업 특성상, 원청이 모든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대상이 될 경우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중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생산 차질과 해외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