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1일 구속됐다. 계엄 당시 국무위원으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내란 특검이 이 전 장관 신병을 확보하면서 향후 국무위원들을 겨냥한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이튿날 새벽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장관이 지난 25일 특검 조사에서 관련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점 등을 토대로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한 특검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혐의가 일부 소명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함으로써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법원도 판단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등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위증 혐의는 증거인멸 우려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영장 심사에서 특검은 이 전 장관의 진술이 소방청 관계자들이 특검 조사에서 한 진술과 계엄 당시 대통령실 CCTV 영상 등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 지시를 받은 적도, 지시를 하달한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특검은 허석곤 소방청장과 이영팔 소방청 차장, 황기석 당시 서울소방재난본부장 등 지휘계통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이 허 청장에게 전화해 “경찰로부터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하라”고 말했고, 이 지시가 일선 소방청까지 하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지시가 적힌 문건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특검은 계엄 선포 국무회의 직후 이 전 장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문건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특검은 해당 문건에 단전·단수 지시가 담겨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전 장관 신병을 확보로 비상계엄 동조·방조 의혹을 받는 국무위원들을 향한 특검 수사는 중요 분수령을 넘어서게 됐다. 특검은 조만간 계엄선포문 사후 부서(서명) 등 의혹을 받는 한 전 총리를 추가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한 전 총리 측근인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계엄 해제 직후 ‘안가 회동’ 구성원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도 특검에 소환될 전망이다. 특검은 남은 외환 의혹과 국민의힘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수사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양한주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