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합니다”…1위 팀 응원단장, 한화 홍창화

입력 2025-08-01 05:00 수정 2025-08-01 14:00
홍창화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이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한화 선수단 버스 앞에서 응원 포즈를 취한 채 비상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구단은 단연코 한화 이글스다. 독수리 군단은 당당히 리그 선두를 질주하며 ‘비상’하고 있다. 7년 만의 가을야구도 바라보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열정적인 플레이로 승리의 땀방울을 흘리는 선수들이 있다면, 그 뒤에는 이들을 목청껏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19년째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호루라기 하나로 팬들의 응원을 이끄는 이가 있다. 바로 홍창화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이다.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홍 단장을 만났다. 그는 무더운 날씨에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면서도 “나는 행복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홍 단장은 “이번 시즌 팬들과 함께 ‘최강 한화’를 외치고, 어깨동무하며 ‘나는 행복합니다’ 응원가를 부를 때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십수 년 이어진 한화의 암흑기에도 응원단상을 묵묵히 지켜온 그는 ‘1위 팀 응원단장’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홍창화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이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1위 팀 응원단장이 됐다. 소감이 어떤가.

“하루하루가 설렘으로 가득하다. 언젠가는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스포츠라는 게 이기는 순간도 지는 순간도 있다. 결과에 상관없이 신나게 응원해 왔지만 요즘 기쁨이 2배인 것은 사실이다. 한화 하면 떠오르는 시그니처 응원으로 8회 ‘최강 한화’ 육성 응원이 있지 않나. 올해 팬들과 함께 ‘최강 한화’를 외치고 있을 때면 짜릿한 전율이 돋는다.”

-2006년부터 2008년을 제외하고 줄곧 한화 응원 단장을 맡았다. 암흑기를 함께한 일원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암흑기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특히 응원단장으로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응원이 약해서 팀이 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니 암흑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20년 18연패에 빠진 시절이 있었다. 당시 19연패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기장에 관중 입장이 불가한 시기였다.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 일부 팬들이 멀리 떨어진 보문산 전망대에서 경기 내내 깃발을 흔들며 응원을 보내주셨다. 당시 아무도 없는 관중석을 바라보며 응원을 펼치다가도 틈틈이 그분들을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암흑기 시절 함께해주셨던 팬분들의 성화로 오늘날 한화의 영광이 따라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화를 대표하는 응원가로 ‘나는 행복합니다’ 일명 행복송이 있다. 올해는 정말 행복할 것 같다.

행복송의 탄생 배경에는 웃긴 비화가 있다. 지인 어머니께서 사우나에 들렀다가 이 노래를 듣고 추천해 줬다. 그렇게 탄생한 행복송이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이전과 감회가 남달리 다가온다. 성적이 곧 행복은 아니지만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보니 예전에도 진심을 다해 불렀지만 올해는 더욱 ‘찐행복’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 노래를 부르는 팬분들의 표정만 봐도 그렇다.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속 깊이 와닿는다.”

홍창화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이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앞서 한화 응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올 시즌 응원단으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를 꼽자면.

“너무 많아서 고르기 어렵다(웃음). 요즘 한화 경기를 보면 정말이지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 음원으로 ‘안타’를 틀면 안타가 나오고, ‘홈런’을 틀면 홈런이 터질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9회 초 1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주장 채은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팬들에게 ‘오늘 채은성 선수가 안타만 쳤으니 이제 홈런을 날려줄 때가 됐다. 만루 홈런을 외쳐보자’고 말했다. 팬들과 함께 ‘만루홈런’을 소리치는 순간 거짓말처럼 홈런이 터졌다. 소름 끼치는 순간이었다.”

-올해 한화의 응원 열기가 유난히 뜨겁다. 특히 ‘삐융’이라는 아웃송이 화제인데, 이런 응원가들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보통 응원가는 나와 치어리더가 속한 응원팀, 마케팅팀, 그리고 대행사까지 회의를 거쳐 탄생한다. 기본적으로 365일 내내 좋은 노래를 듣는 순간 저장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응원가가 최인호 선수의 응원가다. 원곡이 한때 SNS에서 ‘밈’으로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캐릭터 ‘꼬부기’가 선글라스를 끼고 색소폰을 부는 영상이다. 이 영상을 보자마자 핸드폰에 저장했다. 원곡자의 SNS를 수소문해 메시지를 보낸 뒤 저작권 관련 허락을 받았다. ‘삐융’의 경우엔 올해 초 신구장으로 옮기면서 아웃송을 새롭게 준비하는 시기가 있었다. 당시 한 치어리더가 먼저 ‘이거 밀어보자’고 제안해서 탄생했다.”

-올해 개인적인 경사도 있었다. 지난 4월 19일 대전구장에서 폭우 속 펼친 ‘질풍가도’ 무대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신설한 ‘씬스틸러상’ 초대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너무 큰 영광이다. 응원단장 생활 20년 동안 그라운드로 내려가서 상을 받아본 게 처음이다. 사실 그 무대를 처음부터 준비한 건 아니었다. 경기가 우천으로 중단된 상황에서 단상에서 잠시 벗어나 이진영 선수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경기장에 질풍가도가 울려 퍼졌고, 중계 카메라가 나를 비추기 시작하더라. 그때부턴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막상 단상에 올라가니 신발까지 벗은 채 무대에 집중했다. 감사히 상금도 받았는데, 회식과 가족 외식에 사용했다. 남은 돈은 모두 아내에게 갔다(웃음).”

홍창화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이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호루라기를 불며 응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한화 이글스 응원단장은 어떤 의미인가.

“1999년 이글스 우승 당시 대학교 친구를 따라서 우승 장면을 봤다가 이글스 야구에 매료됐다. 그렇게 대학교 응원단에서 프로야구 응원단장이라는 꿈을 키운 뒤 2006년 오디션을 통해 꿈을 이뤘다. 그 이후의 나의 삶은 한화 이글스 그 자체였다. 2009년 여름 휴일에 응원단장이 아닌 팬으로서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방문했다. 경기 후반 참지 못하고 호루라기를 든 채 단상에 올라가 팬들과 응원했던 기억이 있다. 2019년에도 휴일에 수원 KT위즈파크에 야구를 보러 갔다가 단상에 올랐다. 당시 유행했던 ‘마미손’ 복장을 한 채 응원하다가 제지를 당했다. 프로야구 응원단장은 대한민국에 딱 10명뿐인 직업 아닌가. 2008년을 제외하고 어느덧 이글스 응원단장으로 19년째 몸담고 있다. 20년 가까이 청춘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고 자부심을 느낀다. 한화 응원단장이어서 행복하다.”

-응원단장 홍창화로서 이번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그려지길 바라는가.

“응원단상에서 우리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으로 시즌이 종료되는 것을 꿈꾼다. 팬분들과 ‘나는 행복합니다’를 목청이 터지라 부르겠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