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개성공단 폐쇄, 전적으로 정부 책임”… 정부 첫 사과

입력 2025-07-31 19:13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의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을 만나 개성공단 폐쇄에 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된 후 통일부 장관이 이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 후 연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는 정 장관은 남북 간 민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북한 주민 접촉 신고 시 규제를 위한 지침도 폐기했다.

정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 면담 중 “개성이 닫히고 기업이 피해를 본 것은 대표님들의 잘못이 하나도 없다”며 “정부가 다 책임을 못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건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라며 “개성공단이 닫힌 것과 닫힌 후 피해에 대해서 정부 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간 정부 고위관계자나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폐쇄에 사과한 적은 없었다.

정 장관은 또 “개성공단이 시범사업단지부터 시작해 2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 20년이면 독일은 첫 번째 정상회담부터 통일로 들어가기까지 걸린 시간”이라며 “우리가 만든 개성공단조차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 건 못난 정치, 어리석은 정치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질적, 정신적 상처로 트라우마가 남았을 텐데 이재명정부, 이재명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다시 희망 만들기를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경주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미국, 북한과 우리가 함께 좋은 공간, 새로운 공단을 재개할 수 있도록 특별히 부탁드린다”며 “평화의 공간이 빨리 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성현상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정 장관이 다시 와서 개성공단을 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개성공단에 들어가서 같이 일한 직원들을 만나보고 싶고 궁금하다”며 “남북 간 경제교류나 평화에 힘이 된다면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2000년 현대아산과 아태평화위 간 북측의 공업지구 개발에 관한 합의로 시작돼 2003년 6월 착공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라 박근혜정부는 그해 2월 10일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 25일 취임한 정 장관은 일주일 동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직후에는 판문점을 방문했고, 취임사를 통해 북한에 ‘선대선 관계’를 제안했다. 전날에는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 북한 주민 사전 접촉 시 규제를 위한 내부 지침을 폐기했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주권정부는 우리 국민을 믿기 때문에 국민이 자유로운 접촉을 통해서 이해를 낳고 이해가 상호 공존으로 이어진다는 철학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수자료로 분류됐던 북한 만화, 영화 등을 통일부가 관리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북한 자료의 관리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통일부는 이 법안 발의에 함께 참여했다. 해당 법에는 통일부 내에 특수자료 관리를 위해 ‘북한자료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과 ‘국립평화통일자료원’을 새로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