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두 국가론’ 꺼낸 북한…교계 “통일선교 본질 변하지 않아”

입력 2025-07-31 15:01 수정 2025-07-31 22:21
국민일보 DB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전면 차단하고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만을 염두에 둔 ‘통미봉남(通美封南)’ 노선을 강화하면서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구상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연이은 담화는 사실상 통일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교계 전문가들은 “통일선교의 신학적 본질은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한국과의 대화를 전면 부정하며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한국은 절대로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대단히 중대한 역사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선언했다.

이번 담화에서 북한은 남한을 기존의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지칭하며 타자화했고, 자신들을 ‘김일성 민족’이라 칭하면서 한국을 ‘대한민국 족속’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동족 개념 자체를 부정했다. ‘조한(朝韓)관계’라는 새로운 틀을 들고나온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반도평화연구원(KPI·이사장 이재훈 목사) 논평을 통해 “이번 담화는 2023년 12월 채택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조건을 한국이 모두 수용하더라도 당장은 관계 개선은 물론 최소한의 대화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남 담화와 연속된 대미 담화를 함께 보면 북한은 한국과는 단절을, 미국과는 전략적 대화를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 변화는 한국교회가 추진해온 통일선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담화가 현실적 장애물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선교의 방향성과 신학적 뿌리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주태 통일선교사역교회연합 부회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 측의 담화문을 살펴보면) 조롱과 막말은 줄고 절제된 표현을 사용했으며 굳이 담화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하면 ‘무관심 속의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학적으로 볼 때 통일선교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은 어제도 오늘도 기독교에 적대적이며, 실질적 변화는 크지 않다”며 “통일선교는 하나님이 정하시는 사역이지 북한 체제나 지도자가 정하는 개념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교회는)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나아갈 수 있다”며 “우리가 북한을 대할 때는 창세기 18장 19절 말씀처럼 의와 공도를 실천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하나님 믿는 사람들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평화운동은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의 발전을 통해 적극적 평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의혁 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 교수는 “정치적 통일이 지연되더라도 북한선교는 여전히 지속돼야 하며, 통일이라는 말이 특정 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며 “통일선교는 흡수통일이 아닌, 자유롭게 고향을 왕래할 수 있는 실질적 평화와 화해의 과정 안에서 복음적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선교나 북한선교를 넘어 ‘한반도선교’라는 패러다임이 한국교회에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반도선교는 남북한의 적대적 분단을 극복하고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총체적 선교 접근이라는 점에서 기존 개념인 통일선교와 북한선교 등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통일은 여전히 귀한 비전이지만, 서로를 무너뜨리겠다는 담론이 오히려 통일을 후퇴시켜왔다”며 “정치적 통일보다 복음 안에서 남북한 주민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공동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더 근본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탈북민과의 만남, 남북 주민 간 접촉이 통일 비전을 이어가는 실질적 통로라고도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