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 에어컨 고장이라니…고치려면 3주나?”

입력 2025-07-31 14:13
일부 중앙 냉방기기가 고장난 서울 은평구 행복한교회가 냉기를 실어나르기 위해 임시로 설치한 '비닐 에어 덕트' 모습. 페이스북 캡쳐

온도계를 보지 않아도 연일 35도를 넘고 습도마저 높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눅눅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날 에어컨이 고장 난다면 어떨까. 실제 폭염의 한복판에서 에어컨이 고장 나 고군분투하는 교회들이 있다. 고장이 나지 않았더라도 자칫 냉방기기에 문제가 생기거나 전기 과부하로 문제가 생길까 고심하는 교회들도 있다.

서울 은평구 행복한교회(선우준 목사)는 7월 들어서면서 교회 일부 중앙냉방기기가 멈춰섰다. 이때부터 하루하루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일상이 시작됐다.

교회 4~5층 중앙냉방기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곳에는 목회자 사무실과 일부 교회학교, 식당 등이 있는데 현재 정상적으로 사용이 어렵다. 담임목사 사무실에만 최근 겨우 별도의 에어컨을 설치했다.

이 에어컨에서 나오는 냉기는 부목사 사무실과 ‘찬바람 품앗이’를 하는데 활용된다. 궁여지책으로 냉기를 나눠쓰는 셈이다. 교회는 새로 설치한 에어컨에 임시로 ‘비닐 에어 덕트’를 달아 이를 부목사 사무실과 연결했다.

교회학교는 에어컨이 되는 다른 부서와 잠시 통합했고 식당 문은 닫았다.

선우준 목사는 3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 더위에 몇 주째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정말 당황스럽고 고통스럽다”면서 “에어컨 관련 일을 하시는 집사님이 겨우 시간을 내 제 사무실에만 별도 에어컨을 설치했고 이 냉기를 겨우 나눠쓰고 있자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차례로 중앙냉방기기 수리와 새 에어컨 설치를 병행할 예정인데 앞으로도 2~3주가량 더 걸릴 거로 보고 있다.

서울 송정교회(박요한 목사)는 폭염이 시작되기 전 에어컨을 4대 더 설치했다. 주일마다 예배 전후로 에어컨을 추가 가동하면서 ‘주일 폭염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박요한 목사는 “원래 주중에도 일부 공간에 에어컨을 가동해 냉방기기 취약계층을 위해 개방할까도 고민했는데 이번 여름이 너무 더워 일부러 교회에 나오는 것 자체가 고역일 것 같아 주일에만 시원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 더위에 자칫 전기 과부하로 문제가 생기거나 에어컨이 고장 날까 봐 모두 걱정이 크다”고 염려했다.

전문가들은 사전 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기적으로 미자립교회나 농어촌교회를 대상으로 에어컨 무료 점검과 설치를 하는 좋은친구들 냉난방선교회(대표 김웅기 목사)는 최근 사단법인 크로스로드(이사장 정성진 목사)와 함께 전남 완도의 교회 3곳을 찾아 에어컨을 수리했다.

에어컨 수리비 부담으로 차일피일 점검을 미루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교회 대표인 김웅기 인천본향감리교회 목사는 “점검 비용만 해도 최소 10만원 이상 드는 경우가 많은데 농어촌교회나 미자립교회는 점검을 미루다 무더위가 시작된 뒤에야 점검을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시기엔 전문업체 예약이 밀려 고장이 발견되더라도 수리가 늦어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어 “예배당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머무는 공간이기에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화재나 감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어컨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선 설치 전·후 실외기 주변에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하고 본격적인 냉방 전 필터 청소를 통해 먼지와 곰팡이를 제거해야 한다. 또 에어컨을 장시간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전원을 끄고 콘센트를 분리하고 냉매 가스 누출 여부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여름에 에어컨이 멈추는 낭패를 피할 수 있다.

김 목사는 “특히 오래된 건물의 경우 전기 배선 자체가 낡은 경우가 많아 에어컨 사용 중 누전 차단기가 자주 떨어지거나 이상 음이 들리면 즉시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창일 김동규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