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 단기선교팀이 캄보디아 땅에 사랑과 복음의 씨앗을 뿌렸다. 이들의 헌신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한 선교사의 30년 비전과 맞물려 ‘예수마을’이라는 하나님 나라 프로젝트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매년 10~15개 팀을 해외로 파송하는 호산나교회의 선교 열정은 올해도 어김없이 캄보디아 시엠립으로 향했다. ‘JOY캄’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김태훈 목사와 팀원들은 지난 18일 35도를 넘나드는 뙤약볕 아래 캄보디아 쿤리엄 예수마을에 첫발을 내디뎠다. JOY캄은 예수가 첫째(Jesus) 이웃은 그다음(Others), 그리고 당신(You)이라는 JOY에 캄보디아를 붙인 말로 캄보디아에 기쁨을 전하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이들을 맞이한 것은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18만평의 거친 땅이었다. 팀원들은 이 거친 땅에 길을 내고 나뭇가지와 덩굴을 제거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봉사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에는 예수마을 인근 9가정을 심방하며 모기장 하나가 전부인 침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장애를 얻은 이웃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한 선물을 나눴다.
사역의 하이라이트는 쿤리엄장로교회(김창훈 선교사)에서 드린 연합 예배였다. 현지 아이들 150여명과 함께한 예배에서 김태훈 목사는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을 통해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바로 여러분”이라며 “하나님은 여러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며 독생자를 내어주시기까지 그 사랑을 멈추지 않으셨다. 예수님을 믿어 멸망에서 벗어나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영생을 누리길 축복한다”고 선포했다. 예배 후 팀원들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복음팔찌’를 만들어주며 예수님의 보혈과 구원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포토존을 만들어 생애 첫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하기도 했다.
JOY캄의 사랑은 쿤리엄 뚤 꾸르어 초등학교로 이어졌다. 학교 운동장은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JOY캄팀은 풍선아트 줄넘기 페이스페인팅 네일아트 종이비행기 등 5개 체험 부스를 열어 아이들에게 신나는 시간을 선물했다. 즐거운 체험이 끝난 뒤 팀원들은 300여명의 학생들에게 직접 만든 떡볶이를 대접했다. 현지 아이들은 한국의 떡볶이 맛을 보면서 “더 주세요!”를 외쳤다.
풍선아트 사역을 맡았던 이효진(42) 집사는 “600개의 풍선을 만들며 손가락 마디가 갈라졌지만 풍선을 받아든 아이들의 환한 웃음에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았다는 감사가 더 컸다”며 “운동장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예수님의 사랑이 머무는 천국 같았다. 이 아이들의 마음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 부풀어 오르길 소망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JOY캄팀의 헌신이 더해진 ‘쿤리엄 예수마을’은 캄보디아에서 오래 활동해 온 김창훈(61) 정기순(56) 선교사 부부의 오랜 꿈과 비전이 담긴 곳이다. 부부 선교사는 30여년간 현지에서 사역하며 고아원과 신학교 등을 설립했다. 김 선교사는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호산나교회의 후원으로 큰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속도가 아닌 방향’의 중요성을 깨닫고 개인 구원을 넘어 공동체 전체가 변화하는 ‘하나님 나라 모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비전의 결정체가 바로 시엠립의 ‘예수마을’이다. 이곳은 단순히 교회 설립을 넘어 교육 생태 경제가 어우러진 자립 공동체를 목표로 한다. 김 선교사는 “불교 문화가 깊은 마을 전체를 변화시켜 하나님의 통치를 보여주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이곳에서 국제기독교학교와 의료센터, 농업협동조합 등을 세워 지역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그 수익이 다시 선교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꿈꾼다”고 밝혔다.
예수마을은 이를 위해 고추, 캐슈넛 협동조합을 조직해 주민들의 빚 문제를 해결하고 자립을 돕고 있다. 또 자연농법을 통한 건강한 먹거리 생산, 양계 사업으로 학교 급식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사역의 중심에는 인재 양성이 있다. 정기순 선교사는 “코로나 시기 호산나교회 성도님들을 비롯한 많은 분의 희생적인 헌신으로 캄보디아 장로교신학교 시엠립 분원을 기적처럼 건축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신학교는 암 투병 중인 성도, 사별한 남편을 기리는 아내의 헌금 등 눈물의 기도와 헌신이 쌓여 세워졌다. 현재 10여명의 교수진과 함께 현지 목회자들을 길러내는 요람이 되고 있다. 김 선교사는 “선교사는 현지인들이 스스로 교회를 개척하고 자립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지인 목회자들이 양계장 운영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JOY캄 단기선교팀의 땀과 눈물은 이 거대한 비전 위에 뿌려진 귀한 씨앗이다. 복음팔찌를 차고 환하게 웃던 아이들, 생애 첫 자신의 사진을 들고 기뻐하던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캄보디아 땅에 임할 하나님 나라의 미래가 엿보였다. 선교팀은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시는 하나님께서 교회의 헌신과 선교사의 순종을 통해 캄보디아 땅에 어떤 일을 행하실지 기대를 모았다.
시엠립(캄보디아)=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