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 대통령 배임죄 완화 직접 나선 이유는…‘개혁 일변도’ 여권에 부담

입력 2025-07-31 12:46 수정 2025-07-31 22:00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한 배임죄 완화 드라이브를 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배임죄 문제에 대한 여당 내부 진척이 더뎠던 상황에서 각종 경제 개혁 법안 추진으로 재계 등 반발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것과 기업인이 부당한 처벌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은 함께 갈 수 있는 것인데, 배임죄 완화와 관련해 여당 내부에 적극적으로 나선 의원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 배임죄 관련 논의 과정에 속도가 붙지 않아 이 대통령이 따로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의원도 “대통령 의중은 궁극적으로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고의적 사익 편취 등 대법원이 판시한 문제를 유형화해 상법에 규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움직이자 당에선 곧바로 반응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향후 이 대통령이 ‘즉시 가동’을 천명한 정부 TF와 협의해 배임죄 남용 방지 등을 신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이달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된 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부터 상법에 포함된 특별배임죄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여러 루트를 통해 민주당에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항은 형법상 배임죄 조항과 이중처벌 문제가 있을뿐더러 범죄 구성요건이 모호해 수사기관의 임의적 판단이 개입되고 경영 판단을 과도히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동시 추진하며 기업인들의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배임죄 처벌 부담을 낮추지 않는다면 균형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통령실 내부에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특별배임죄 폐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개혁법안과 달리 배임죄 완화 같은 친기업 성향의 법안은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이 크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기업과의 수 차례 비공개 간담회 등을 통해 배임죄 폐지를 위한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지만, 속도가 붙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재벌 개혁과 주식시장 정상화란 명분을 걸고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업을 ‘도와준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다. 당의 논의 과정에서 특별배임죄 처리는 정무적으로 단계를 따로 나눠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결국 특별배임죄 폐지는 공포된 상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나아가 여당은 이달 들어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물론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4%→25%)까지 추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나선 것은 최근 여권 행보가 ‘기업 옥죄기’로 읽히는 상황을 돌려놔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평가다. 악화일로인 국가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선 처벌 위험성 탓에 위험 감수를 꺼리게 되는 기업 숨통을 일부라도 터 줘야 한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배임죄가 남용되며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 제도적 개선을 모색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배임죄 완화에 본격 돌입했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대통령 전날 발언을 언급하며 “배임죄 남용 방지 등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배임죄 폐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은 최근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둔 상태다. 김 의원은 “특별배임죄 폐지와 관련해선 여야 간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이 돼있기 때문에 다음달이 꼭 아니더라도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바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안을 공동발의한 한 의원은 “대통령 의중과 상관없이 공동발의한 의원들에게까지 ‘낙선 운동 하겠다’는 지지층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과연 먼저 총대를 멜 수 있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