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우도, 사제 총기 사고도 중국 때문?…이슈마다 번지는 ‘중국 혐오’

입력 2025-07-31 05:00 수정 2025-08-01 07:15

최근 남부지방에 큰 피해를 남긴 극한 폭우를 두고 중국의 인공강우가 원인이란 근거 없는 주장이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계기로 퍼졌던 중국 혐오 정서가 재난현장에서도 얼굴을 바꿔 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혐오를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SNS상에서는 ‘특이한 형상을 한 비구름대가 중국 쪽에서 왔다’며 중국책임론을 지적하는 글이 다수 유포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강력대응 목소리가 커지는 중국의 서해 구조물과 엮어 이 곳에서 인공강우 기술로 비구름을 만들어낸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구름은 서해에서 남쪽의 온난습윤한 공기와 북쪽의 한랭건조한 공기가 만나 생긴 당근형 구름으로 여름철에 종종 나타난다”며 “중국의 인공강우 기술로 저런 구름을 만드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발생한 인천 사제총기 살인 사건을 두고도 “송도는 조선족 밀집 지역” “살인사건 범인은 중국인 귀화자”라는 식의 주장이 나왔지만 경찰은 공식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내 거주 중국동포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박모(59)씨는 “한국 온 지 15년 정도 됐는데 원래 왔을 때만 해도 이런 차별 같은 건 없었다”며 “요즘엔 대림동에서 한국 사람들이 이사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등 차별이 체감될 정도”라고 말했다. 전모(85)씨도 “모임에서 한국 사람들이 동포를 얕잡아보니 조심해야 한다거나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혐오론이 끊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 발생했을 때 중국 혐오를 이용한 음모론이 먹혀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하나의 ‘적’을 만들어 원인으로 믿으면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과거엔 적이 북한이었다면 지금은 중국으로 바뀐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상 현상이나 개인적 비극까지 음모론으로 연결되는 것은 사람들이 갈수록 정보를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기존의 적 개념을 미시적인 문제에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대로 가면 양극화, 정보 불신 등이 더 심화할 수 있다”며 “가짜 뉴스 대신 조작정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해외처럼 최초 유포자를 강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