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또 한 번 한국인 축구 감독 신드롬이 펼쳐지고 있다. 김상식 감독은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모두 아세안 정상에 올려놓은 첫 사령탑이 됐다.
김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5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개최국 인도네시아를 1대 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최다 우승국 자리를 지켰다.
앞서 베트남은 지난 1월 김 감독의 지휘하에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2024 아세안 챔피언십(미쓰비시컵)에서도 숙적 태국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8년 박항서호가 마지막 우승을 거둔 후 7년 만이다. 특히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이끌며 동반 우승을 거둔 건 김 감독이 유일하다. ‘베트남 축구 영웅’ 박 전 감독도 U-23 대회까지 석권하진 못했다.
베트남은 축구 황금기를 이끌었던 박 전 감독이 2023년 떠난 후 곧바로 부진을 겪었다. 결국 지난해 5월 필립 트루시에 전 감독을 경질하고 다시 한번 한국인 사령탑에 지휘봉을 맡겼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베트남을 다시 동남아 최정상에 올려놓으며 박 전 감독의 뒤를 이어가고 있다.
김 감독으로서도 뜻깊은 우승이다. 김 감독은 과거 K리그1 전북 현대 감독으로 2021년 정규리그 우승과 이듬해 정규리그 준우승, 코리아컵(당시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23 시즌 도중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감독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1년 만에 베트남에서 지휘봉을 다시 잡은 김 감독은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재기에 성공한 모습이다.
현지 반응도 뜨겁다. 이날 베트남 축구 팬 수천명이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 나왔다. 현지 매체들은 “베트남 축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베트남넷은 “김 감독의 지휘 아래 베트남 유소년 축구가 다시 한번 날아오르게 됐다”며 “그의 업적은 박항서 전 감독을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우승 후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우승을 통해 더 성장하고 발전했으면 좋겠다”며 “아직 완벽한 팀은 아니지만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보완해 나가며 앞으로의 대회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오는 12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5 동남아시안(SEA)게임 우승을 노린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박 전 감독과 우승 횟수 동률을 이루게 된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