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노후 고속철도차량 교체 사업에 대한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총사업비 5조원 규모의 재원 조달 방식을 두고 정부와 코레일 간 이견이 여전해 사업 추진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30일 코레일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6일 ‘한국고속철도(KTX)-1 대체차량 도입’ 사업을 공공기관 예타 대상으로 선정했다. 앞서 코레일이 지난 5월 23일 기재부에 ‘차세대 고속철도차량 도입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추진계획(안)’ 심사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철도차량 교체를 위해 공공기관 예타를 신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TX-1은 코레일이 2004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고속철도 차량으로, 기대수명은 30년이다. 첫 차량의 운행수명이 2033년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되면서 교체 필요성이 제기됐다. 코레일은 보유 중인 KTX-1 46대 교체에 총 5조1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기재부는 2027년과 2032년 두 차례에 걸쳐 타당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이번 사업이 본격 추진될 경우 정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적자와 부채가 심각해 자구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코레일의 누적 적자는 21조원에 달한다. 코레일은 사업비 5조원을 전액 공사채 발행으로 충당할 경우 부채가 더 늘어나 안전 관리와 서비스 개선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고속열차 운임 인상도 난망하다. 운임은 공공요금에 속해 코레일이 임의로 조정할 수 없고, 물가를 관리하는 기재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기재부는 물가 자극 우려로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코레일은 “재정 당국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단기간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 코레일 운임은 2011년 이후 14년째 동결 상태다. 관련 국회 논의도 표류 중이다. 노후 KTX 차량 교체 시 정부가 일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다.
재정 당국은 코레일에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를 요구하고 있다. 부채를 줄이는 등 자체적인 경영 개선을 통해 교체 시기 전까지 최대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교체 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에 국가 지원은 최후 보루가 돼야 한다”며 “국민이 낸 세금을 운용하는 기재부로서는 정부 재원으로 도와달라고 하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