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출 규제를 기점으로 폭등했던 서울 ‘한강벨트’의 아파트 가격이 정상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포모’(FOMO·소외 공포) 수요가 몰렸던 한강 변의 마포, 성동, 강동, 동작 등 지역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6월과 7월 사이 서울 전 지역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1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억9472만원이었던 평균 매매가는 이달 들어 11억6088만원으로 약 1억3400만원 낮아졌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지난달 1만1885건에서 이달 2691건으로 80%가량 줄었다. 7월 거래의 신고 기한이 아직 한 달여 남았지만, 이 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맷값 하락 폭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지역은 서초구, 성동구 등을 포함해 총 12곳이다. 여기서 눈에 띈 흐름은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보다 포모 심리가 몰려 집값이 올랐던 마포, 성동, 강동, 동작 등에서 하락 폭이 컸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거래가 묶인 강남 3구와 용산구의 대체제로 주목받았던 마포구와 성동구의 7월 아파트값은 6월보다 각각 2억9000만원(-18.7%), 2억6000만원(-14.8%) 하락했다. 강동, 동작, 영등포구의 하락 폭도 컸다. 6월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13억~14억원 수준이었던 이들 지역은 7월 들어 평균 매매가가 11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들 지역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 갭투자 등의 수요가 집중됐던 곳이다.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거래량과 함께 평균 매매가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 3구의 평균 아파트값도 9.8%가량 떨어졌다. 서초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8억600만원에서 24억5218만원으로 3억5400만원 하락했다. 강남구는 31억4240만원에서 28억4734만원으로, 송파구는 19억7100만원에서 18억2386만원으로 낮아졌다. 6월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만큼 하락 금액도 컸지만, 하락 폭은 마포, 용산 등 한강벨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작다.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현금 부자’들이 많은 영향으로 보인다.
반면 6.27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가 예상됐던 노도강(노원·동작·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에서 풍선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 지역의 평균 아파트값도 떨어졌다. 하지만 하락 폭은 5% 안팎으로, 서울 평균치의 절반 수준이었다. 노도강 지역의 평균 아파트값은 평균 4.4% 하락하며 6억원 초반의 가격을 형성했고, 금관구 지역의 아파트값은 평균 6500여만원 하락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몰렸던 마포, 성동, 강동 등의 지역에서 타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6억원 대출 규제가 생기면서 대출을 받더라도 최소 6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해진 탓에 포모 수요가 주춤해진 것”이라며 “노도강, 금관구 지역은 지난 5~6월 집값 상승세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었던 기저 효과로 하락 폭이 작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6.27 대출 규제가 폭등하던 서울 집값에 브레이크를 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최대 6개월 정도는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관건은 향후 정부에서 내놓을 공급대책이다. 함 랩장은 “정부에서 8월쯤 내놓을 공급정책, 수요억제책, 균형발전 방안이 수요자들에게 ‘공급이 충분하다’는 안정감을 줄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전세 가격의 상승, 월세화 등 임대차 시장의 흐름도 정부가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