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1)씨는 최근 한 달을 기다려 반려견을 애견 유치원에 입학시켰다. “피트니스 수업에 소풍, 심지어 중간고사까지 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찬 프로그램에 혹했다”며 “적응력과 사회성 등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겨우 통과했다”고 말했다. 사고 예방을 위해 면접을 거쳐 선발하는 구조로, 탈락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유치원 측 설명이다. 치열한 입소 경쟁에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스카이개슬’이라는 유행어까지 돌고 있다.
‘펫팸족’(Pet+Family)이 늘며 반려동물을 위한 ‘생애주기 소비’가 일상화됐다. 30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가구의 월평균 양육비는 19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지난해 반려동물 유치원 월평균 지출(25만4800원)은 서울 아동의 유아 교육비(22만6491원)를 뛰어넘었다.
생후 몇 개월의 사회성 교육부터 성장기 맞춤형 사료, 노후의 재활치료 및 장례식까지 소비 흐름이 이어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반려용품 거래액은 2조7806억원으로 전년보다 22% 늘었다.
수요 확대에 식품업계는 펫푸드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하림펫푸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고, 풀무원의 ‘아미오’ 두부 간식은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172% 뛰었다. 대상은 2023년 자회사 ‘대상펫라이프’를 설립하고 노령견용 영양식 브랜드 ‘닥터뉴토’를 출시했다. hy는 유산균 음료 ‘펫쿠르트’를 선보이며 기능성·연령별 제품 강화에 나섰다.
스타벅스는 일부 펫 프렌들리 매장에서 유기 동물 입양 활성화와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매년 이어오고 있다. 반려견 전용 음료 ‘멍푸치노’의 국내 출시도 예고했다. 할리스는 2020년부터 배변봉투, 반려동물 전용 주차장 등을 갖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반려견 생일 케이크 예약이나 전용 디저트를 찾는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여행과 장례 서비스도 한층 세분화됐다. 동물장묘업체는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83곳에 달한다. 유골함 외에도 메모리얼 스톤, 봉안당 등 추모 방식이 다양해졌고, 반려동물과의 여행이 늘며 기내용 가방과 카시트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족의 일부로 여겨지는 반려동물의 생애 단계에 따라 소비가 정교해졌다”며 “품질과 정서적 가치를 함께 만족시키는 서비스가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