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외국계 경제단체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가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업종별 단체들과 노란봉투법 중지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권의 노란봉투법 추진에 대한 재계의 반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암참은 30일 노란봉투법 개정에 반대 입장문을 내고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유연한 노동 환경은 한국이 아·태 지역 비즈니스 허브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라며 “이번 법안이 현재 형태로 시행될 경우 향후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혁신과 경제 정책 측면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무대”라며 “이런 시점에 해당 법안이 어떤 시그널을 줄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암참의 2024년 경영환경 설문조사에서도 규제의 예측 가능성 부족이 외국계 기업의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혔다”며 “이번 개정안은 이런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당은 다음달 본회의에 노란봉투법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외국계 기업이 노란봉투법 강행에 반대 목소리를 낸 건 지난 29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에 이어 두 번째다. ECCK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법적 리스크로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재계도 노란봉투법 총력 저지에 나섰다. 경제 8단체가 전날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개정안을 국익 관점에서 재검토 해달라”고 호소한 데 이어 경총은 이날 12개 주요 업종별 단체들과 함께 노조법 개정 중지 촉구 공동성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개정안의 사용자 범위가 추상적이라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한 끊임없는 쟁의행위가 발생할 것이며, 산업 현장에는 ‘파업 만능주의’가 만연할 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자동차 회사는 협력업체가 1~4차까지 1만개가 넘는데, 산업 특성상 부품 하나라도 공급이 막히면 생산 자체가 중단된다”며 “가뜩이나 완성차 업체의 자체 임금 및 단체협약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협력 업체까지 파업한다면 1년 내내 협상만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정부 협상단은) 조선과 원자력 분야의 한·미 협력을 지렛대로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조선업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잦은 파업으로 경쟁력을 잃는다면 한·미 조선 협력이 제대로 될 수 있겠나”라며 국회가 입법을 중단하고 노사 간 대화에 따른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 부회장은 또 “경영계의 공식 입장은 다음 달 4일 국회 본회의에 (노란봉투법을) 상정하지 말고 사회적 대화를 더 하자는 것”이라며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지난 후 최후의 보루인 헌법 소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31일 경총회관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반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는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과제’ 세미나를 열고 노란봉투법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