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차카반도 ‘8.8 초강진’…사할린에 높이 5m 쓰나미

입력 2025-07-30 09:32 수정 2025-07-30 16:19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발생한 쓰나미가 30일 사할린 세베로-쿠릴스크에 들이닥치는 모습. AFP연합뉴스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 해역에서 규모 8.8 강진이 30일(현지시간) 발생해 러시아와 일본, 미국 관계당국이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를 발령했다.

러시아 사할린 등 일부 지역엔 높이 5m 쓰나미가 밀어닥쳤다. 일본 정부는 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4분쯤 캄차카반도 동쪽 바다에서 규모 8.8 초강진이 발생했다.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발생한 쓰나미가 30일 사할린 세베로-쿠릴스크에 들이닥치며 마을이 물에 잠긴 모습. AFP연합뉴스

진앙은 인구 18만7000명이 있는 러시아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 동남쪽으로 110㎞ 떨어진 곳이며, 진원 깊이는 20㎞로 조사됐다.

당초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와 USGS는 지진 규모를 8.7로 관측했는데, USGS는 이를 상향 조정했다.

첫 강진이 일어나고 24분 후인 오전 11시48분쯤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 남남동쪽으로 99㎞ 떨어진 바다에서 다시 규모 7.0 지진이 발생했다. 이어 캄차카 동쪽 바다에서 오후 12시9분쯤 규모 6.5, 12시16분쯤 규모 6.5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현재 규모 5.0 이상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지질당국은 규모 8.8 지진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1952년 이후 73년 만에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고 설명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솔로도프 캄차카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을 통해 “오늘 지진은 심각했고, 수십년 만에 가장 강력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사할린 주지사도 “세베로쿠릴스크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캄차카반도는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다만 규모 8.0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수십 년 만이다.

인근지역 주민들은 지진 초기 강한 흔들림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가구가 덜컹거리거나 가전제품이 떨어졌다고 러시아 현지 매체에 전했다.

진앙지 인근에서 쓰나미 피해도 여럿 발생했다.

사할린에는 쓰나미가 3차례 들이닥쳤는데, 이 중 3번째 쓰나미 강도가 가장 컸다고 한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일부 지역에선 쓰나미 파고가 3∼4m에 이르렀으며, 최대 5m에 이르는 것도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지진으로 인한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쓰나미 경보 보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일본 기상청은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일본 해안 지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했다. 구체적으로 홋카이도·도호쿠·이바라키현·지바현 구주쿠리·미야자키현 등이다.

일본 기상청은 “쓰나미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바다에 들어가거나 해안에 접근하지 말라”고 했다.

30일 한 어부가 일본 가나가와현 후지사와 소재 항구에서 배를 정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NHK 방송은 정부가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NHK는 재난 방송을 통해 “쓰나미! 피난! 쓰나미! 도망쳐!”라는 문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에 더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등도 “파괴적 쓰나미가 예상된다”며 해안에 대피령을 내렸다. 필리핀과 뉴질랜드 등도 지진 여파에 대비에 돌입한 상태다.

이번 지진 여파로 한국에는 이날 오후 5시쯤 경북 울릉도 주변 수위가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은 “한국과 북한 해안에 0.3m 미만의 쓰나미가 예측된다”고 전했다. 쓰나미가 동해안에 도달하는 시간은 5~6시간 후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캄차카반도 강진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진 규모가 매우 큰 만큼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와 캄차카반도 간 거리가 있는 데다가 그 사이에 일본이 있어 쓰나미가 오더라도 약하게 올 수밖에 없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