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남은 관세 데드라인…韓 경제·통상 라인 ‘워싱턴 총력전’

입력 2025-07-30 08:22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이틀 앞둔 29일(현지시간) 한국의 경제·통상 담당 최고위급 인사들이 워싱턴DC에 총출동했다. 상호관세 발효 전 최종 담판을 앞두고 한국은 ‘국익 외교’를 강조하며 총력전에 나섰고, 미국은 ‘최선의 최종안’을 가져오라고 압박했다. 한·미 통상 협의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도착 직후인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 통상 협의를 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참석했다. 한국의 경제·산업·통상 분야 최고위 인사들이 3대 1로 미국 카운터파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러트닉 장관을 만난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조선업 등 한·미 제조업 협력과 대미 투자 계획 등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앞서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에서 관심 있는 조선 등을 포함한 한·미 간 경제 협력을 할 사업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국익을 중심으로 하되 양국 간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는 분야로 협상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관세 발효를 하루 앞둔 31일 베선트 장관과 면담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 상호관세 부과 직전 사실상 최후의 담판이 될 전망이다. 그는 “한·미 무역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면 한국이 준비한 프로그램,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 측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며 통상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은 지난 24∼25일 러트닉 장관을 만나 2차례 협상을 했다. 24일에는 워싱턴DC에서 만났고, 25일에는 러트닉 장관의 뉴욕 자택도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이어 트럼프가 방문한 스코틀랜드까지 찾아 러트닉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회동했다. 구 부총리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느냐는 질의에 “미 상무부에 한국과 협력하면 미국도 아주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걸 더 설명하고 미국의 이해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근 미국이 일본과 유럽연합(EU)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관세율을 15%로 인하해주면서, 한국도 15%를 마지노선으로 사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 부총리는 한국의 협상 목표가 관세율 25%에서 15%로 낮추는 것에 초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협상을 잘하겠다”라고 했다. 경제 통상 라인 방미에 이어 30일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에 도착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다. 통상·외교 담당 장관들이 ‘올코트 프레싱’에 나서는 셈이다.

기업들도 후방 지원 중이다. 한화 필리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워싱턴DC를 찾아 협상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전졌다. 조선과 반도체는 미국이 부활을 노리는 제조업 분야로 한화와 삼성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1일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을 향한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한국 측 인사를 만나 ‘최종적이고 최선의 무역 협상안(best and final trade deal)’을 가져오라고 주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스코틀랜드에서 한국 측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 무역 제안을 할 때 “모든 것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일본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주요 교역국과 무역 협정을 타결했기 때문에 한국과도 협정을 체결해야 할 이유를 설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트닉 장관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 측 인사들이 스코틀랜드까지 자신을 찾아와 무역 협상을 타결하려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본부장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트럼프가 관세 부과에 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