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계주 첫 금메달 주인공, ‘태양의 후예’ 염소소년 조엘진

입력 2025-07-30 07:06 수정 2025-07-30 08:11
대한민국 육상의 미래로 성장해 가는 예천군청 소속 나마디 조엘 진 선수. 예천군 제공


경북 예천군은 지난 28일 독일에서 개최된 ‘2025 라인-루르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예천군청 소속 나마디 조엘진(19) 선수가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38초50의 기록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38초80)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대한민국 육상 역사상 세계종합대회 단거리 계주 종목 최초의 금메달로 한국 단거리 육상에 새 시대가 열렸음을 상징하는 쾌거다.

조엘진 선수가 주력하는 단거리 달리기(100m, 200m, 400m 계주)는 짧은 거리를 전력으로 질주하는 경기로 폭발적인 반응속도와 근력을 활용해 0.01초를 다투는 순발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종목이다.

이런 이유로 단거리 달리기는 ‘육상의 꽃’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한국 육상은 단거리 종목에서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조엘진 선수는 고등학생 시절 100m를 10초 35에 주파하며 한국 고등부 신기록을 수립해 단숨에 대한민국 차세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이후 올해부터 예천군청 실업팀에 합류해 성인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조엘진 선수는 지난 2016년 송혜교·송중기 주연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아역배우로 등장한 이력도 있다.

극중에서 가상 재난 지역 우르크에 의료봉사를 나간 의사 ‘치훈’(샤이니 온유)과 한 장면에 나왔다. 발칸반도 끝에 있다고 가정된 해당 지역은 미인이 많고 그리스 문자와 러시아어를 쓰는 것으로 설정됐다.

치훈이 선물로 신발을 건네자 조엘진은 “이거(신발) 말고 염소 사줘, 염소 키우고 싶어”라고 답했다. 해당 장면은 전쟁의 참상을 드러낸 대목으로 꼽혔다. 조엘진은 이후 ‘염소 소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엘진은 나이지리아인 부친과 한국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육상 멀리뛰기 선수 출신인 아버지 권유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육상을 시작했다.

작년 100m 10초30을 기록하며 한국 고등부 신기록을 세웠고 올해 4월 성인 무대 데뷔전인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표 선발전 남자 100m에서 1위에 올랐다.

같은 해 5월 구미에서 열린 2025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는 38초49로 한국 신기록을 달성, 아시아선수권 400m 계주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엘진 선수는 2006년생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에 입문해 중학교 시절까지의 성장통을 딛고 현재는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올 들어 기량이 급상승하며 지난 5월 구미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400m 계주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당시의 경험은 이번 세계대회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다.

나마디 조엘 진 선수가 제53회KBS배 육상경기대회 및 코리아오픈육상대회에서 역주하고 있다. 예천군 제공


현재 조엘진 선수는 초반 스타트의 약점을 보완하고 후반 가속력이라는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근력 및 스피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보다 몇 년 뒤가 더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단거리 종목의 전성기는 보통 25~30세 사이로 이제 막 성인 무대에 입성한 조엘 진은 앞으로의 국제대회 경험 축적과 기술 디테일 완성을 통해 ‘100m 9초대 진입’과 ‘올림픽 국가대표 출전’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천군은 조엘진 선수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업팀 창단 이래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우수선수 영입,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 국내·외 전지훈련 지원 등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춘 예천군청은 그의 실력과 재능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조엘진 선수는 “스스로 실력을 입증해 대한민국 육상의 미래를 책임지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로 매일 트랙 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그의 도전은 예천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육상 전력으로 자리 잡는 첫걸음이자 예천군의 스포츠 브랜드 가치를 세계 무대에 각인시키는 상징적 성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천=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