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관문도시인 중국 간쑤성 둔황이 연간 2000만명 이상 찾는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다. 중국의 서쪽 변방, 사막 한가운데 있다는 지리적 불리함을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 효과적인 미디어 활용으로 극복해냈다.
둔황시 여유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둔황을 방문한 관광객은 103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증가했다. 이 기간 관광객들이 지출한 비용은 총 95억8300만 위안(1조85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8%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둔황을 찾는 관광객이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연간 관광객은 2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둔황은 지난해 연간 관광객 수가 2000만명을 처음 돌파했다. 둔황을 찾은 관광객이 200만명을 처음 돌파한 해가 2011년이었으니 13년 만에 10배로 급증한 셈이다. 현급시인 둔황의 인구는 18만5000명에 불과하다. 관광객들이 지난해 둔황에서 쓴 돈은 총 174억 위안(3조3600억원)이었다.
관광지로서 둔황의 강점은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에 있다. 둔황의 역사는 20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나라 무제 때 국경 방어를 위해 세운 요새 옥문관과 장성의 유적이 지금도 남아있다. 신라 승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돼 한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막고굴,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옥문관 유적 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곳 문화재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한 그리스, 로마, 인도, 중동 등의 영향을 받아 이국적인 색채가 강하다.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사막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둔황은 세계적 수준의 지질공원도 갖고 있다. 생명체를 일체 찾아볼 수 없어 화성과 같은 독특한 풍경을 보여주는 중국 최대규모의 야단지질공원, 초승달 모양 호수와 오아시스로 이름난 명사산 월아천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록됐다.
둔황이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에만 의지해 관광도시로 급성장한 것은 아니다. 몰입형 공연인 ‘악동둔황’ ‘우견둔황’ ‘둔황성전’ ‘천수천안’ 등 둔황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4대 공연을 기획해 내놓았다. 이들 작품은 연간 2300회 이상 공연되면서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하고 있다.
명사산 월아천에서 열리는 ‘만인 별빛 콘서트’도 지난해 182회 공연에 총 212만명이 관람하는 인기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사막의 거대한 모래 산비탈을 객석 삼아 가득 메운 수만 명의 관객이 합창하고 드론과 레이저쇼를 즐기는 모습은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 등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관련 영상의 조회수는 3억7400만회를 기록했다.
명사산 월아천에서 2400마리의 낙타가 관광객을 태우고 사막을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도 장관이다. 낙타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입한 낙타 신호등도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둔황야시장, 상원시장 같은 특색 있는 거리와 둔황서국, 둔황인국, 사주예경 등의 문화공간도 조성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전통공예센터 등을 16곳 조성해 교육과 체험이 가능하게 했고 6000여종의 문화창작상품도 출시했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한다.
둔황시는 전시컨벤션 산업 육성에도 열심이다. 지난해 축제와 박람회 등을 총 485회 개최해 2년 연속으로 ‘중국 우수 전시 도시상’을 받았다.
관광객이 급증하면 문화재 훼손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둔황의 해법은 디지털이었다. 막고굴 전체를 입체적으로 스캔해 디지털화했다. 이를 통해 직접 방문하지 않고 가상공간에서 막고굴을 감상할 수 있게 했고 실제와 동일하게 복제한 굴도 만들어냈다. 덕분에 막고굴 참관객을 하루 6000명으로 제한하고 디지털 참관과 복제모형 관람으로 돌릴 수 있었다.
둔황=글·사진 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