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수술 후 치명적 합병증 중 하나인 ‘급성 신손상(PO-AKI)’을 수술 중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생체 신호를 활용해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급성 신손상은 수술 후 콩팥 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회복이 늦어지거나 장기적으로 콩팥 기능이 악화하고 투석과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집중 모니터링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2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이하정·박세훈 교수, 융합의학과 김광수 교수, 정수민 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약 11만명의 수술 데이터를 활용해 급성 신손상 발생 위험 예측 AI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수 백만 건의 실시간 생체 신호 데이터를 딥러닝 기술로 분석해 콩 팥 손상 위험도를 조기에 경고하는 AI 기반 예측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국내 의료 AI 기술의 국제적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다.
기존의 모델은 대부분 수술 전 기초 정보에만 의존해 정확도가 낮고 수술 중인 환자의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혈압, 심박수 등 수술 중 1분 단위로 수집된 생체 신호를 분석해 급성 콩팥 손상 위험을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을 설계하고 특히, 기존 모델의 주요 임상 변수 11가지도 함께 반영해 예측 성능을 강화했다.
이번에 개발된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AUROC,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 높음)는 최대 0.795를 기록했으며 외부 병원에서도 일관된 성능을 보여 임상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민감도 및 특이도 95% 기준에서도 안정적 예측력을 보여 고위험군 선별에 유용했다.
박세훈 교수는 “이번 모델이 임상 데이터에 기반해 높은 실용성과 확장성을 갖고 있어, 수술실 내 모니터링 시스템과 연계될 경우 수술 환자의 예후 개선과 의료 안전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 책임자인 이하정 교수는 “해당 모델을 통해 콩팥 손상 위험을 조기에 인지하면 의료진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 환자 생명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의학(PLOS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