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분단체제 변혁 없이는 개혁에도 한계”

입력 2025-07-29 16:22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사옥에서 열린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창비 제공

“어떤 사람들은 이재명정부에 대해 ‘유능한 중도’, ‘실용적 중도’라는 표현을 하는데 국정을 맡은 사람들이 유능해야 하고 실용적이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우리 사회를 제약하고 있는 분단체제의 존재를 의식하고 그것을 바꿔나가려는 ‘변혁’ 작업과 함께 가지 않는다면 성과에도 한계가 있고 언제든 반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진보 진영 원로 백낙청(87) 서울대 명예교수는 29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사옥에서 열린 신간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창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분단체제의 극복을 염두에 둬야 민주개혁도 가능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백 교수는 책에서 ‘변혁적 중도’를 “좌우 사이 중간 입장의 절충적 노선이 아닌, 진보와 보수 간 전략적 연대를 바탕으로 기존 이념 한계를 뛰어넘고 대립과 반목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의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간담회에서 ‘변혁’이 향하는 지점이 고착화된 한반도 분단 체제라고 말했다. 그는 “분단 체제를 꼭 통일은 아니더라도 남북한의 평화로운 공존, 그리고 점진적인 재통합으로 바꿔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적 중도를 표방하는데 한반도 분단 체제의 변혁이라는 맥락 속에서 실용주의를 하고 개혁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이재명정부가 처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꼽아달라고 질문에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된 정부를 두고 걱정하는 형식, 결과적으로 악담이 되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유능하고 잘할 때 제일 경계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실의 권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수록 주변 사람들이 (권력에) 도취해서 그 자리를 너무 즐기고 남들은 못 오게 하는 이런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개헌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 만들어진 ‘87체제’가 개헌을 어렵게 만들어 “독재자가 자기 편의에 맞게 헌법을 개악하는 일을 막아냈다”는 공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헌법 개정의 권한이 대통령과 국회에 있고, 국회의원의 3분의 2 찬성 이후 국민투표가 이뤄진 점에서 국민의 참여를 제한시킨다”면서 정작 필요한 개헌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처럼 수준이 높고,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 가고, 거대한 시민혁명을 일궈낸 국민들에 대한 (마땅한) 대접이 아니다”면서 “개헌을 쉽게 할 수 있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