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새벽이었다. 20대로 보이는 두 여성이 마포대교 난간에 발을 올린 채 다리 밑으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때마침 한양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소속 정선아씨는 친구와 이곳을 지나가던 중이었다. 그는 곧장 두 여성을 붙잡아 끌어내렸고 119에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뛰어내리려던 여성들은 발버둥을 치며 다시 뛰어내리려고 했고 정씨는 친구와 함께 이들을 온몸으로 막았다. 다행히 10분쯤 흐른 뒤 구조대가 도착하면서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29일 한양대병원에 따르면 당시 정씨가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평소 하던 일이 자살 고위험군 관리하는 업무였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인 정씨가 속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자살 시도자를 위해 심리 치료와 사회복지서비스, 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씨는 “난간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것으로 보였던 두 사람이 갑자기 난간에 발을 올리고 뛰어내리려 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자살 시도임을 직감했고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자살 시도자와 매일 마주하는 직업적 경험 덕분에 본능적으로 반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일터에서 늘 자살 시도자를 만났지만 현장에서 직접 자살 시도 장면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다시금 실감했다”며 “앞으로도 누군가의 삶이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