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아빠 분량 읽으시기 전엔 주무시면 안 돼요.”
광주동명교회(이상복 목사) 박민용(48) 집사 가정에선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 두 딸이 부모님보다 성경 일독에 열중하고 있다. 교인들 가정에 말씀 운동이 활발해진 건 올해 처음 시작한 한 사역 덕분. 교회 내 3040세대 부부 공동체에서 시작한 캠페인이 교회 전체 사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박 집사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느새 성경통독이 가정 내 주 대화 소재가 됐다”며 “함께 성경을 읽으면서 가족끼리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고 자연스럽게 가정예배까지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동명교회는 연중 전교인 성경 일독 프로젝트로 ‘말씀 나무 세우기’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 단위는 ‘가정’으로, 가족 인원대로 성경 읽을 분량을 나눠 함께 성경 전체를 1년 내 완독하는 식이다. 가정 단위로 참여하기 어려우면 다른 교인들과 소그룹을 꾸려 참여할 수 있는데, 조진만 부목사는 “프로젝트 핵심은 공동체성에 있다”며 “혼자 다 읽기엔 분량이 적지 않은 성경을 나눠 읽으며 은혜를 함께 누리고 신앙 공동체의 의미를 곱씹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교회는 예배당 앞 벽면의 대형 성경 일독 표에 스티커를 붙이며 성도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독려하고 있다. 다음 달엔 중간 점검 시간을 갖고 교구별 지원금을 지급해 성경 일독을 격려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이밖에도 특색 있는 방식으로 말씀 운동의 문턱을 낮추는 교회들의 창의적인 시도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는 지난달 30일부터 두 달간 ‘전교우 성경 정독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성도들은 매주 정해진 분량의 성경을 읽은 뒤 주보에 실린 성경 문제를 풀어 제출하는 식으로 대회에 참가한다. 교회는 주보에 “밀린 분량은 빨리 보충하라” “소그룹을 활용하라” “가정에서 서로 점검하라” 등 ‘전교우 성경 정독 대회를 위한 10가지 제언’도 함께 실었고, 주일학교 아이들에겐 부서별로 어린이그림성경 한그림성경 쉬운성경을 읽도록 안내했다.
차귀영 부목사는 “육체와 정신이 나른해지는 휴가철에 이열치열의 정신으로 무장해 영적 육적 나른함에 깨어나는 여름을 보내는 게 정독 대회 취지”라 밝혔다. 7년 전부터 이어온 정독 대회에선 말씀을 읽으며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참석자들의 간증들도 적지 않다. 차 목사는 “병상에서 일독을 완료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낸 성도도 있었고, 성경 읽는 모습을 통해 믿지 않는 가족들이 교회에 나오는 일도 있었다”며 “말씀의 은혜를 체험한 이들은 정독 기간이 끝난 뒤에도 성경을 일상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성경을 필사하거나 주제 설교를 듣는 식으로 무더위 속 말씀 운동을 이어가는 교회들도 있다. 대구 동신교회(문대원 목사)는 ‘성경 필사와 나만의 성경책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교회가 성경 필사 범위를 일정 분량 정해주면 교인들은 직접 쓴 성경 구절을 교회에 제출하고, 교회는 교인들의 필사 종이를 모아 교인들을 위한 ‘나만의 성경책’을 제작해준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여름철 영상 특강으로 ‘방구석 성지순례’에 나서고 있다. 교회는 지난 7일부터 열흘간 ‘바울에서 요한까지, 길 위에서 피어난 복음’를 주제로 여름 특강과 성경통독을 이어가는데, 교인들은 튀르키예와 그리스, 로마로 이어지는 영상을 시청하며 사도 바울의 선교 여정과 성졍적 역사적 지리적 배경을 배우고 있다.
서울 베이직교회(조정민 목사)는 성경 통독을 교회 출석 조건으로 여길 만큼 중요시한다. 조정민 목사는 “말씀이 아니고서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면서 “교회를 못 나오더라도 성경을 읽으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지만, 성경 안 읽고 교회만 다니면 절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조 목사는 “우리 삶의 방식이나 사고방식을 그리스도인답게 바꿀 힘과 능력은 사람의 의지가 아닌 말씀에 있다”며 “양치질을 습관처럼 하듯 성경도 매일매일 읽어야 한다. 통독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좋은 버릇”이라고 강조했다.
박윤서 이현성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