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깨” “짭코리아” 동료 따돌림에 다문화 병사 투신

입력 2025-07-29 14:18 수정 2025-07-29 14:32

경기도 고양 소재 한 육군 부대에서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가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다.

중국 국적 아버지와 북한 출신 어머니를 둔 이 병사는 선임과 동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수사를 진행해 동료 병사 1명을 군검찰에 넘겼다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육군 한 포병부대 소속 A 일병이 지난 4월 23일 밤 부대 생활관 2층에서 뛰어내렸다고 29일 밝혔다. A 일병은 허리를 크게 다친 채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돼 두 차례 수술을 받았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 일병은 중국 국적 아버지와 탈북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자랐다. ‘제3국 출생 탈북민’인 셈이다.

A 일병은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뒤 초중고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그러고는 지난해 12월 부대에 배치돼 군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A 일병은 인사를 똑바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이 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짱깨’(중국인 비하 용어) 또는 ‘짭코리아’ 등으로 불렸다고도 한다.

A 일병은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A 일병 측은 보직 변경이나 상담 등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이 같은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일병은 ‘이런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도무지 없고 숨을 쉴 수가 없다’는 압박감에 뛰어내렸다고 군인권센터 측에 설명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A 일병이) 포대장을 통해 중국어가 가능한 선임이 있는 보직으로 갈 수 있도록 보직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상담도 수차례 진행했지만 포대장과 행정보급관은 ‘이 정도론 처벌이 어렵다’ ‘가해자는 사실이 아니라며 자기가 더 힘들다고 한다’ 등 회유를 했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이 발생 후 괴롭힘 문제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은 지난 4월 발병 경위서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낙상 피해 입었다’만 표현해 투신 원인인 괴롭힘과 차별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 가족이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다며 항의했지만 포대장은 발병경위서를 ‘절대 못바꾼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피해자 가족들이 대대장과 소통을 한 7월이 돼서야 발경경위서에 ‘부대 생활 간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적응 더딘 상태’라는 맥락을 뒤늦게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군은 이제라도 다문화 장병에 대한 실질적인 적응 대책을 내놓아야 하며, 피해자가 겪는 상황을 알면서도 윽박을 지르며 몰아붙인 간부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육군은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사건 발생 직후부터 수사를 진행해 혐의가 식별된 동료 병사 1명을 군검찰에 송치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법과 규정에 의거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육군은 이어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다문화 장병에 대해 보다 면밀한 신상 관리와 관리 대책을 국방부와 연계해 보완·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