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美 과거 집착하면 정상회담 희망에 그칠 것”

입력 2025-07-29 06:54 수정 2025-07-29 10:12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북·미) 사이 만남은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 부부장이 ‘조·미 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라는 담화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입장이라는 백악관 당국자의 발언을 거론하며 “지금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라는 데 대해서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북·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2019년 6월에는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조·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해보는 데서 전제로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세한 핵 억제력의 존재와 더불어 성립되고 전체 조선 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최고법으로 고착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부부장은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결코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최소한의 판단력은 있어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의 발언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그간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다른 목적의 대화는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