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안정화 보험’ 출시 4개월째 개점휴업…보험료 갈등에 발목

입력 2025-07-29 05:31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공사비 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이 지난 4월 공동 출시한 ‘공사비 리스크 헷지’ 보험 상품이 출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산정 비율을 둘러싼 업계의 불만이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상품 운용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9일 관계부처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해당 상품 운용을 맡은 메리츠증권은 최근 건설업계와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민간투자사업 중 실시협약 체결이 임박한 사업을 대상으로 논의 중이며, 아직까지 거래가 체결된 사례는 없다”며 “건설사와 함께 사업을 검토해 제안서를 만들어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제출해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금융상품은 지난해 10월 민간투자사업 활성화·공사비 안정화 방안 일환으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진을 거쳐 출시됐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해 일정 수준의 물가가 오르면 그 초과분을 총사업비와 연동해 보전하는 옵션형 상품이다. 기재부는 지난 4월 이런 내용의 상품설명 공문을 대한건설협회에 발송했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수수료 분담 비율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 개정안에 따라 수수료는 공공과 민간이 철도사업의 경우 5대5, 도로 사업은 7대3 등으로 나눠 부담한다. 하지만 보전 비율이 높아질수록 수수료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금융기관이 무상으로 지원하는 구조가 아닌 ‘옵션 상품’ 방식이라 민간 사업자 입장에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융·보험업계도 선뜻 상품 출시에는 소극적인 분위기다. 손해보험협회의 경우 현행 규제상 보험사가 직접 상품을 내놓기 어려워 상품 출시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공사비 물가연동 상품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아 사실상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관련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말했다.

업계는 물가 상승분에 소비자물가 대신 건설공사비 지수를 반영하고,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명시된 업계의 물가상승 책임 기준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계획 내 신설 조항 ‘(사업자의) 자재비 변동 리스크헤지 노력 의무’에서 의무 범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천안논산고속도로 사업처럼 민간투자 방식은 비용뿐 아니라 통행료 등으로 수익을 회수하면서 수익도 확정되는 계약구조”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