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대학생 박모(24)씨는 이전과 달라진 강의실 풍경에 크게 놀랐다. 학생의 80%가량이 노트북이 아닌 태블릿PC를 이용해 수업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강의 자료를 PDF 파일로 내려받아 전자펜슬로 필기를 하거나 블루투스 키보드를 함께 사용하는 식이었다. 박씨는 “새내기였던 2019년만 해도 대부분 노트북을 사용하고 종이 공책에 필기를 하는 학생도 많았는데 이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태블릿PC가 ‘공부 필수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학습용 기기였던 노트북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업계는 ‘AI 노트북’ 등 고성능 제품을 내놓으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8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만 10세 미만의 태블릿PC 보유율은 2020년 46.8%에서 지난해 81.9%로 급증했다. 만 10~19세 역시 27.4%에서 61.2%로, 만 20~29세는 22.2%에서 45.5%로 5년 사이 배 이상 늘었다. 고등학생 김모(16)양은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터치 기반 기기에 익숙해진 것 같다”며 “한 반에 몇 명 빼고는 전부 태블릿PC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대다수 청소년이 학습에 태블릿PC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 전문 전자책 플랫폼 스콘의 운영사인 플렉슬이 지난 16일 발표한 ‘10대 학습용 전자책 이용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부할 때 하루 3시간 이상 태블릿PC를 사용한다고 답한 10대의 비율은 75.8%에 달했다. 이외에도 응답자의 20.7%는 하루 5시간 이상, 12%는 10시간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다. 스콘 관계자는 “태블릿PC는 단순한 보조기기를 넘어 학습자가 오래 머무는 ‘디지털 공부방’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새학기 선물’ 1순위로 꼽히던 노트북의 인기는 조금씩 시들해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노트북 시장은 2023년 대비 판매량 기준 13%, 판매 금액 기준 15% 감소했다. 코로나19 시기 급증했던 구매 수요가 엔데믹 이후 사그라들면서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고성능 ‘AI 노트북’을 선보이며 생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AI 노트북은 인공지능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한 노트북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의존하는 기존 PC보다 빠른 데이터 처리와 분석이 가능하다. 학습용 기기 시장 내 태블릿PC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노트북은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에 새롭게 발을 뻗고 있는 것이다. 커넥트웨이브의 가격 비교 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AI 노트북의 거래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4%, 하반기 대비 137% 상승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