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떨어졌나… ‘한때 큰손’ 2030의 수입차 외면, 4050 중심 재편

입력 2025-07-28 15:48

수입차 시장의 소비 중심축이 빠르게 중장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큰손’으로 불렸던 2030세대는 점차 힘을 잃고 있고, 대신 40대와 50대 이상 연령층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13만812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9.9% 증가한 수치로, 2년 연속 역성장했던 시장이 반등에 성공하며 회복세를 보인다. 2023년(27만1034대)과 2024년(26만3288대) 전년 대비 4.4%, 2.9%씩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다.

이 같은 회복세는 중장년층이 지갑을 열면서 가능해졌다. 상반기 개인 수입차 구매자는 8만8090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40대 구매자가 3만1135명으로 가장 많은 35.3%를 차지했다. 50대 이상 구매자는 3만890명으로 35.0%에 달했다. 반면 30대 이하는 2만6065명으로 전체의 29.6%에 머물렀다.

3년 전인 2022년까지만 해도 양상은 달랐다. 당시 30대 이하 비중이 20.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고, 40대(20.3%), 50대 이상(20.0%)이 뒤를 이었다. 좀 더 시기를 당겨 2010년대까지만 해도 2030세대는 수입차 시장의 핵심 소비자였다. 연령대별 등록 비중이 30%를 넘기기도 했다. 10여 년 새 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변화의 배경엔 자산 시장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주식, 가상자산 등의 열풍이 불면서 젊은층이 수입차 소비를 주도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경기 침체와 자산가치 하락이 이어지자 2030세대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다. 동시에 생애 소득이 증가한 중장년층이 소비를 확대하며 세대 간 구매 양극화가 나타났다.


특히 50대 이상은 수입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3년 처음으로 연령대별 비중 20%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23.0%를 기록하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다만 브랜드별 고객 연령층에선 다소 차이가 나타난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한 독일 BMW(2만1939대)는 40대 소비자 비중이 36.4%(7996대)로 가장 높았다. 30대 이하(7385대·33.7%)와 50대 이상(6558대·29.9%)도 고르게 분포했다.

2위인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1만6937대)는 중장년층 쏠림이 뚜렷하다. 50대 이상이 44.8%(7581대)로 가장 많았고, 40대는 33.6%(5685대), 30대 이하는 21.7%(3671대)에 그쳤다. 벤츠 특유의 클래식하고 중후한 이미지가 중장년층에게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3위를 기록한 테슬라(1만6464대)는 젊은 소비층의 지지를 받았다. 30대 이하 비중이 45.8%(7535대)로 절반에 육박했고, 40대도 40.0%(6580대)에 달했다. 50대 이상은 14.3%(2349대)로 뚝 떨어졌다. 전기차와 첨단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자동차 소비층의 중심이었던 2030세대가 위축되고 중장년층이 새로운 성장의 축이 되고 있다”며 “하반기에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판매가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러한 변화 양상이 더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