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육성의 힘’ 韓육상에 희망 안긴 남자 400m 계주

입력 2025-07-28 15:22
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팀이 27일(한국시간) 독일 보훔 로르하이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라인-루르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2000년대생 젊은 피로 꾸려진 남자 400m 계주팀이 불모지로 여겨지는 한국 육상에 희망을 안기고 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하계 유니버시아드(U대회)에서도 종목 사상 첫 우승에 성공하며 국제무대 경쟁력을 입증했다. 수영의 계영 800m처럼 400m 계주를 전략 종목으로 채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8일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서민준(서천군청),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이재성(광주광역시청), 김정윤(한국체대)이 나선 계주팀은 전날 독일 보훔 로르하이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라인-루르 하계 U대회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38초5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육상이 U대회를 포함한 세계 종합대회 릴레이 종목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주장 이재성은 연맹을 통해 “제 마지막 U대회에서 동료들과 함께 한국 최초의 릴레이 종목 금메달을 얻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계주팀은 지난 5월 2025 세계릴레이선수권 예선(38초56)과 패자부활전(38초51)에서 하루 간격으로 한국 기록을 세웠다. 같은 달 2025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 결선(38초49)에서 한국 기록을 재차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탔다. 선수 구성이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이번 U대회에선 한국 기록에 단 0.01초 뒤진 기록으로 새 역사를 썼다.

연맹은 국제대회 메달 가능성을 확인한 남자 400m 계주를 집중 육성해 왔다. 올해 초 연맹 새 집행부 구성을 계기로 국외 전지훈련 등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출중한 단거리 기록을 보유한 어린 선수들을 다수 발굴해 내부 경쟁 체제를 갖춘 것도 성장 원동력으로 꼽힌다. 최근엔 스타트 능력이 좋은 서민준이 1번 주자를 맡고, 기록 단축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들이 마지막 주자(앵커)를 번갈아 꿰차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계주팀의 2028 LA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치열한 경쟁 체제 속에 계주 대표팀 자리에 의욕을 보이는 선수들이 늘어나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계주팀의 가장 가까운 목표는 오는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이다. 다음 달 24일까지 기준 기록을 충족하는 게 관건이다. 이미 대회 출전권을 확보한 12개국을 제외하고 2위 안에 드는 기록을 내야 한다. 서민준은 “남은 기간 세계선수권 티켓을 따고 한국 신기록을 다시 한번 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국 남자 400m 계주의 마지막 세계선수권 출전은 2013년 모스크바 대회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