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여름의 남자’ 수식어 영광…‘좀비딸’로 부성애 깨달아”

입력 2025-07-28 14:02
영화 ‘좀비딸’에서 좀비가 된 어린 딸을 시골집에 숨겨두고 훈련하는 아빠를 연기한 조정석. 전작 ‘엑시트’의 동료인 이상근 감독과 배우 임윤아가 다음 달 ‘악마가 이사왔다’를 개봉해 동시기 흥행 경쟁을 벌이게 된 데 대해 그는 “이 감독과 윤아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윤아에게 ‘우리 파이팅해서 같이 잘 되자. 오빠가 끌어줄 테니 네가 밀어 달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NEW 제공

바야흐로 조정석(45)의 계절이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 극장가에서 연타석 흥행을 기록하면서 조정석은 어느덧 여름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던 2019년 ‘엑시트’로 관객 942만명을 모은 데 이어 2024년 ‘파일럿’으로 47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무해하고 편안한 웃음을 주는 ‘조정석표 코미디’의 힘이었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좀비딸’은 그 연장선에 있다.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조정석은 좀비로 변해버린 딸 수아(최유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아빠 정환을 연기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여름(흥행)의 남자’라는 타이틀이 감개무량하다”며 “텐트폴 시기에 영화를 개봉하는 건 영광스러우면서도 굉장히 부담되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장르적 성격이 강한 좀비 소재를 부성애 코드로 유쾌하게 풀어낸 점이 신선하다. 그가 출연을 결심한 것도 ‘아빠의 마음’에 공감해서였다. “딸을 키우며 부성애가 깊어지던 시기에 이 작품 제의를 받았어요. 필연적 만남이었죠(웃음).”
가수 거미와 결혼해 5세 딸을 키우고 있는 조정석은 “감정신을 찍을 때 감정 조절이 안 돼 촬영을 멈춘 적도 있다”며 “내 부성애가 이 정도였나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좀비딸’의 한 장면. NEW 제공

배우들의 합이 극에 유쾌함을 더했다. 좀비 손녀의 훈육을 위해 효자손을 드는 할머니 밤순 역은 이정은, 정환의 고향 친구 연화와 동배 역은 조여정과 윤경호가 각각 맡았다. 즐거웠던 현장 분위기는 촬영 이후까지 이어졌다. 동갑내기 조여정·윤경호와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시도 때도 없이 수다를 떤다고 한다.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대화방 이름이 ‘좀비 여고 동창’이다.

조정석은 “심각하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동되는 위트가 우리 영화의 포인트”라며 “전형적인 표현이지만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자식, 친구 등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조정석의 코믹 연기는 극을 지탱하는 축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도 조정석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무마된다. 다만 코믹함이 두드러지는 작품 수가 늘어나는 건 배우 개인에게 부담일 수 있다. ‘웃긴 이미지’로 굳어지면 자칫 배역의 확장성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석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고,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좀비딸’의 주연 배우 조정석. NEW 제공

그는 “연기 변신은 배우로서 필요한 덕목이지만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자연스러운 작품 선택을 해 나갈 것”이라며 “내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오직 재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2’에서 빌런으로 등장했는데 주변서도 깜짝 놀라더라”며 “조만간 제대로 된 악역을 보여드리겠다. 장르 불문 다양한 작품들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파일럿’으로 지난 5월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고도 조정석은 흔들림 없이 담담하게 자기중심을 잡고 있다. “그저 하던 대로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입니다. 원래 ‘칭찬에 춤추지 말고 비판에 낙심하지 말자’는 스타일이어서요.” 스스로 ‘일 중독’이라 할 정도로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해 온 그는 올해 1월 ‘좀비딸’ 촬영을 마치고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온전히 쉬어보려 했는데, 자꾸 ‘연기할 때가 제일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