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이해하기 쉽게”… 제주 4·3역사공간 개편

입력 2025-07-28 13:02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에 있는 진아영 할머니 삶터. 진아영 할머니는 4.3 당시 총탄에 맞아 턱이 소실되자 평생 하얀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았다. 삶터는 방 하나와 부엌이 딸린 작은 집, 마당으로 구성됐다. 방에는 할머니가 사용하던 이불, 밥상, 약 봉지 등 유품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문정임 기자

제주도가 올해 22억 6000만원을 투입해 도내 주요 4·3 역사공간을 정비한다.

28일 제주도에 따르면 대상지는 너븐숭이4·3기념관, 중문4·3기념관,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등 기념관 3곳과 와산리 잃어버린마을 종남마을 등 여러 유적지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있는 너븐숭이4·3기념관은 기존 평면 전시물을 영상 콘텐츠 등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북촌리는 4·3 당시 인명 피해가 가장 많았던 마을이다. 4·3사건을 외부에 알린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 문학비가 전시된 곳이기도 하다.

도는 너븐숭이4·3기념관의 콘텐츠를 이해하기 쉽게 개편하는 한편, 북촌지역 4·3 유물과 관련 미술작품을 함께 전시해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공사는 연내 마무리된다.

중문4·3기념관은 관람 동선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전시물과 추념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관람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전시물 변경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이달 발주했다.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은 지하 1층 유휴공간을 사유의 공간으로 조성한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본 뒤 휴식을 취하거나 4·3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서귀포 중문지구 내 대습이우영 학살터에는 그늘 쉼터를 조성해 추모객들의 편의를 도모한다.

또, 수악리 주둔소와 진아영 할머니 삶터 주변에는 주차장을 신설해 방문객들의 이용 편의를 높인다. 수악주둔소는 군경 토벌대가 무장대를 진압하기 위해 만든 석성 형태의 주둔지다. 진아영 할머니는 4·3 당시 총을 맞아 턱이 소실되자 평생 하얀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다 2004년 세상을 떠났다. 4·3 사건의 고통을 상징하는 인물로, 많은 이들이 할머니의 삶터를 찾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예비검속자 집단 학살이 벌어졌던 섯알오름은 탐방로 정비를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4・3유적지 전반에 걸쳐 노후된 안내표지판을 교체하고 환경 정비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4·3 역사를 간직한 유적 현장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훼손을 막고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며 특히 “4·3유적지보존위원회 심의와 4·3희생자유족회 협의, 전문가 자문을 통해 내실있는 역사기념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