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성자’ 빈민 구호 앞선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 별세

입력 2025-07-28 12:19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 국민일보 DB

1970년대 서울 청계천에서 빈민 구호 활동을 펼쳤던 일본인 사회운동가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 목사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4세.

28일 푸르메재단에 따르면 노무라 목사는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고 지난달부터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26일 소천했다.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식은 치르지 않는다.

노무라 목사는 생애 동안 청계천 빈민 구제와 한·일 관계 회복에 헌신해왔다. 고(故) 제정구 전 의원과 함께 청계천변에서 빈민들을 위해 봉사하며 반평생을 보냈다.

그는 청계천, 동대문시장, 구로공단 등지의 삶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렇게 남긴 사진 자료는 총 2만 점에 달하며, 2006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됐다. 이 공로로 2013년에는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청계천의 성자’로 불리던 그는 생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제 강점기의 만행에 대해 한국인에게 사과해왔다. 2012년 2월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헌화하고 기도하기도 했는데, 이후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여러 차례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2009년부터는 푸르메재단을 매년 찾아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을 기부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건립을 돕기도 했다.

노무라 목사는 과거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님은 일생 동안 로마나 유대, 그 어떤 세상 권력과도 타협하지 않으신 아나키스트였다”며 “그리스도인이라면 소외되고 눈물 흘리는 이웃과 늘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은 언제나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