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픈 사람을 살렸단다”…생명 나누고 떠난 40대 가장 [아살세]

입력 2025-07-28 09:29 수정 2025-07-28 18:02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린 장상빈(오른쪽 위)씨가 생전에 찍은 가족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5살 아들과 3살 딸을 둔 40대 가장이 장기기증을 통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길을 택했다.

2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장상빈(44)씨는 지난달 6일 경상국립대병원에서 뇌사상태인 가운데 4명에게 간과 좌우 신장, 우측 안구를 각각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 그는 피부, 뼈, 연골, 혈관 등 인체조직도 기증해 100여명의 환자에게도 희망을 선물했다.

장씨의 삶을 뒤흔든 사고는 지난달 3일 발생했다. 보안업체에서 일하던 장씨는 공장 시설 보안점검을 하던 중 5m 높이에서 추락했고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언제나 사람을 좋아하고 남을 돕는 일을 좋아했던 장씨가 마지막 순간에도 누군가를 살리는 아름다운 일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어렵게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장씨의 아내 역시 20대 초반에 아픈 친언니에게 신장을 기증한 적이 있다. 당시 장기기증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했기에 남편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 믿었다.

무엇보다 5살 아들과 3살 딸이 아빠가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도 기증 결심에 영향을 줬다.

기증원에 따르면 아내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아픈 사람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단다’라고 말해줬지만, 아이들은 아직도 저녁이 되면 ‘아빠는 일 끝나고 돌아올 거야’라고 말한다”며 “아빠가 즐겨듣던 음악과 좋아하던 음식 등 하루에도 수십 번 넘게 아빠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평소 쉬는 날이면 늘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떠나곤 했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우선순위에 두는 그런 남편이자 아빠였다고 유족은 전했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나눈 따뜻한 선택은 수많은 사람에게 두 번째 삶을 선물했다. 남겨진 아내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전했다.

“너무나 좋은 남편이고, 좋은 아빠였어요. 이제 아이들 걱정은 하지 말고 하늘에서 편히 쉬어요.”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