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뷔통을 비롯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젊은 소비층의 이탈과 소비패턴 변화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팬데믹 시기 급격히 인상된 가격, 달라진 가치 소비 흐름 속에 명품 업계의 성장 신화가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명품 브랜드들이 실적 부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소비자 취향 변화를 반영한 장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줄었다고 밝혔다. 상반기 순이익은 22%나 급감했다. 증시 반응도 민감했다. LVMH 주가는 올 들어 23% 하락한 상태다. LVMH는 루이뷔통, 디올 등 대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실적 발표 후 WSJ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실적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본다”고 평가했지만 투자자들은 뭔가가 잘못돼가고 있는 게 아닌지를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몽클레르 역시 2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1% 줄었다고 발표하며 우려를 키웠다.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투자자들이 지난 2년간 유럽 명품업체들의 실적 회복을 기다려 왔지만 이제는 장기적으로 명품산업의 매력도가 변화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명품업체들이 일제히 가방 가격을 공격적으로 올려 소비자의 반감을 키운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명품 업계의 공격적인 가격 인상 등이 SNS에 널리 공유되면서 Z세대에서 명품 브랜드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WSJ는 “젊은 세대 소비자들이 더 나은 ‘가성비’를 찾아 다른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4년간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은 보석 브랜드는 실적 감소 없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는 올 상반기 주얼리 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가격 인상에 신중했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부진이 장기적인 변화를 반영하는지는 현재로선 뚜렷하지 않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대형 럭셔리 브랜드가 소규모 신생 브랜드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WSJ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럭셔리 시장은 50% 가까이 커졌지만 앞으로는 같은 속도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젊은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성장을 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