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피싱’은 더욱 교묘해지고

입력 2025-07-27 17:51

난생처음 친구의 권유로 증권회사 앱을 설치했다. 친구가 추천한 주식을 100만원 한도에서 샀다. 처음 며칠 동안 수시로 앱을 열어 주가를 확인했다. 어떤 날은 떨어지고 다른 날은 올랐다. 이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일희일비했다. 그 와중에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알 수 없는 전화번호로 주식방을 소개하며 큰 투자수익을 내주겠다는 문자가 쏟아졌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문자 내용을 읽어보았으나, 곧 ‘피싱’이라는 사실을 알고 오는 족족 차단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당연히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져서 일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러다가는 도박처럼 중독되겠다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앱을 멀리했다. 그래도 여전히 ‘피싱’ 문자는 쏟아지고 있었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20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주식을 모두 판 후, 앱을 지웠다. 손해에 마음이 쓰리기는 하였지만,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다. 그녀를 만난 건 그즈음이었다.

그녀도 증권회사에 다니는 지인의 권유로 증권거래 앱을 설치하고 처음에는 소소하게 주식거래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주식공부 및 자료제공’이라는 제목의 문자가 와서 호기심에 답장했더니, 즉각 달콤한 문자 공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에 현혹되어 텔레그램 ‘그룹 주식방’에까지 들어가게 됐다. 그 방은 모 금융투자회사 자산운용팀에 근무한다는 소위 ‘교수님’이 운영하고 있었다. 이 방에서는 매일 ‘시황정리 및 오늘의 추천 매수 종목, 매수가, 익절 예상가’와 ‘주식공부 자료들’이 올라왔다. 며칠 만에 그녀는 ‘교수님’에게 빠졌다.

보름 정도가 지나자 그 방에 ‘프리미엄 수익 계획 프로그램’을 곧 시작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매년 1개월 정도 운영했고 올해가 8회째라고 하며 수익률은 600%라고 했다. 다만, 프로그램 운영은 작전 세력의 침투를 방지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내부 거래 시스템을 통해서만 진행한다고 했다.

이미 ‘교수님’에 빠져있던 그녀는 처음엔 자신이 가진 현금 500만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다음 날엔 언니와 친구에게 빌린 1500만원을 송금했다. 그 사이 그 방에 있던 다른 회원들이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몇억원씩 송금했다며 이체확인증을 올렸다. 그녀도 마음이 급해졌다. 언니와 친구에게 사정해서 지난번보다 훨씬 큰돈을 빌려 송금하고 이체확인증도 올렸다. 다음 날에는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거액의 카드 대출을 받아서 송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프로그램 운영 기간 한 달 동안 그녀가 송금한 돈이 3억원이 넘었는데, 대부분 빌린 돈이었다.

약 한 달 후, 공지가 떴다. 수익률 600%를 달성했으니, 수익 수수료 10%를 ‘선납’하라고. 선납하면 전액 본인 계좌로 입금해준다고. 그녀가 선납해야 할 수익 수수료가 1억원이 넘었다. 그녀는 어찌어찌 다시 4000만원을 빌려서 ‘선납’하고 더 이상 송금할 돈이 없다고 하자, ‘교수님’께서 자비롭게도 부족한 금액은 다른 회원들이 빌려줘서 ‘납부 완료’되었단다. 그녀는 기쁜 마음에 원금과 수익금 입금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그다음부터 ‘교수님’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두 달 만에 그녀는 3억4000만원 가량의 ‘피싱’ 사기 피해를 당하고, 파산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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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