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첫주, 시장은 아직 ‘탐색전’… 갤럭시S3급 ‘대란’은 없을 듯

입력 2025-07-27 17:33
21일 서울 한 휴대폰 판매점 앞에 '단통법 폐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단통법이 폐지되고 한 주가 지났지만 아직 시장은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으며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다. 가격이 다소 내리긴 했지만 소비자들이 기대하던 ‘대란’의 모습은 아직 포착되지 않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단통법 제정 이전과 달라진 시장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요 ‘성지’들은 갤럭시 Z폴드7(256GB·SK텔레콤 번호이동 기준)를 105만~120만원, 갤럭시 Z7 플립을 3만~10만원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성지는 보조금을 평균 이상으로 지급해 낮은 실구매가로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는 특수한 판매점을 뜻한다. 10만9000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하고 4만원 상당의 부가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붙지만, 그럼에도 200만원이 넘는 출고가를 감안하면 초기 구입 부담은 훨씬 덜한 편이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는 소비자들이 기대하던 파격적인 할인율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플립7 수요자에게는 사실상 공짜폰이라는 목적이 달성됐으니 단통법 폐지 영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단통법 폐지 이전의 플립7은 20만~40만원대 가격을 형성했다.

다만 폴드7의 경우 여전히 100만원을 넘나든다. 보조금을 가장 많이 주는 판매점에서조차 11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과거처럼 플래그십 휴대전화를 공짜로 받고 여기에 더해 일정 수준의 페이백까지 기대하던 소비자들은 성이 차지 않는다며 추가 할인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사전예약에 참여하지 않은 대기 고객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저장용량 2배 업그레이드 등 각종 혜택 포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구체적으로 2012년 시장을 덮친 ‘갤럭시 S3 대란’을 떠올리며 기회를 잡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당시 통신 3사는 4세대 이동통신(LTE) 가입자 확보전을 대대적으로 치르며 최신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갤럭시 S3에 대한 보조금을 살포했다. 최신 휴대전화를 구매하면서 웃돈까지 받아가는 기형적인 시장이 한동안 유지됐다.

업계는 이런 기현상이 재현될 확률을 낮게 보고 있다. 우선 12년 전과 달리 현재는 휴대전화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로 확실하게 양분된 상황이다. 팬택&큐리텔, LG전자 등 여러 제조사가 함께 난립하던 때와 달리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요가 있으니 보조금을 밀어넣을 유인이 부족하다. 4G가 막 태동하던 당시와 달리 현재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대란이 일어난다면 결국 ‘메기’ 역할은 SK텔레콤이 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선제적으로 보조금을 뿌리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현상 유지가 최선이고, SK텔레콤이 가입자 회복 결단을 내려 공격을 시작하면 그에 맞춰 대응하는 전략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