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UN 장애권리협약 가입했지만 “장애인, 사회서 無쓸모로 여겨”

입력 2025-07-27 17:00 수정 2025-07-27 17:38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는 27일 경기도 하남 혜림교회에서 ‘북한 장애인 인권조사 여성·아동·정신장애인 중심으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북한이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CRPD) 가입국임에도 국제 기준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정신장애인을 ‘사회에서 제거해야 할 존재’로 취급하는 등 제도적 차별과 인권 사각지대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소장 현인애)는 27일 경기도 하남 혜림교회(김영우 목사)에서 ‘북한 장애인 인권조사 여성·아동·정신장애인 중심으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장애인 인권 보호 이행 노력이 미흡한 북한의 현실을 짚고 특히 여성·아동·정신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직면한 구조적 차별을 조명했다.

연구소는 이날 탈북민 32명을 심층 인터뷰한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13명은 장애인, 19명은 장애인 가족 또는 지인이었다.

앞서 북한은 2023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장애자권리보장법'을 채택했다. 이 법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목표로 하며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탈북민들은 “북한은 헌법상 무상복지를 표방하지만, 장애인을 체제에 ‘쓸모없는 존재’로 간주해 생존권조차 위협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 접근권, 교육권, 고용권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북한의 대학 추천 제도 역시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수현 연구원은 “북한은 인민 간부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대학을 활용하기 때문에 출신 성분과 실적 중심의 추천제 하에 장애인이 고등교육의 문을 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합교육 역시 제도는 존재하지만, 형식에만 머물고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북한에서 통합교육은 장애 아동을 일반 학교에 단순히 배치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지원은 교사 개인의 선의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 아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왕따, 방임 등으로 인해 조기 낙오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 격리 실태를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북한 아동과 장애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으로 참여한 북한이탈주민 허옥희 집사는 “북한의 장애 정책은 국제 기준과는 거리가 먼 ‘장애 은폐 정책’에 가깝다”며 “이번 조사는 올해 예정된 유엔 CRPD 심의를 앞두고 민간 차원의 대응 보고서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성호 함경북도지사가 27일 경기도 하남 혜림교회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지성호 함경북도지사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심사와 관련해 이 자리를 마련하신 건 일반적인 연구를 넘어 북한 내부의 현실을 가장 잘 아시는 분들이 직접 그 실태를 알리는 귀중한 증언이자 목소리”라며 “저 역시 장애가 있는 몸으로 북한을 탈출했던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 장애인들이 겪는 차별, 소외, 절망을 온몸으로 느꼈기에 오늘 이 자리가 더욱 절실하고 각별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지 도시사는 “북한 장애인들은 오랜 시간 사회적 배제를 겪었고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이번 세미나는 그 침묵의 장벽을 허물고 국제 사회에 책임을 촉구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우 목사는 “우리 모두가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사회는 자연스럽게 장애인에게 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장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직면하게 될 삶의 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세미나가 한국교회와 모든 가정에 유익과 능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남=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