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생산직 근로자의 야간근무를 8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공장 야간 가동시간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생산 시스템 전반을 개편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해 반복되는 노동자 사고와 장시간 야근 문제를 강하게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SPC는 27일 계열사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긴급 소집하고 생산라인 재편과 인력 확충을 포함한 전면적인 시스템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SPC 관계자는 “8시간을 초과하는 야근을 폐지하기 위해 생산품목 조정, 생산량 축소, 라인 재편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각 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제품 특성상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공장 가동을 낮 시간대로 집중해 야간 근무 자체를 줄인다. 장기적으로는 주간 근무시간도 축소해 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SPC는 노조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새 근무체제의 조기 안착을 위한 교육과 매뉴얼 정비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25일 이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찾아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12시간씩 일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게 최근 사망 사고가 모두 새벽에 발생한 점을 지적하며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는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SPC그룹 공장에서는 최근 3년간 8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50대 근로자가 SPC삼립 시화공장 크림빵 생산 라인의 컨베이어에 끼여 사망했다. 2022년 10월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23년 8월 샤니 성남공장에서도 잇달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SPC 관계자는 “생산현장의 장시간 근로 문제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구조적 개혁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