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항만의 혼잡도가 다시 높아지는 가운데 부산항도 선박 대기율이 상승하면서 물류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대기율 증가는 곧 하역 지연, 선박 회전율 저하, 수출입 납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수출입 기업과 포워더 모두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최근 발간한 ‘제43호 글로벌 해운·항만·국제물류 주간리포트’에 따르면 이달 2주 차(7월 6~12일 기준) 부산항의 평균 선박 대기율은 0.37로, 전주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대기 선박 수는 19척, 대기 선복량은 9만 1000TEU로 각각 3척, 3만 8000TEU 늘었다.
대기율은 ‘정박을 위해 항만 인근에서 대기 중인 선박의 비율’을 뜻한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선박 스케줄 지연, 화물 반출입 지연, 창고료와 정박료 부담 증가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 현장에선 “출항 지연으로 납기가 밀릴까 항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서류는 마쳤는데 선적 일정이 자꾸 밀린다” 등의 반응도 나온다.
부산항 외에도 포트 클랑(+0.33), 상하이·닝보(+0.03), 싱가포르(+0.04) 등 동아시아 주요 허브항만 대부분에서 대기율이 함께 상승했다. 보고서는 “포트 클랑은 접안시설 부족과 선박 집중으로 병목 현상이 심화한 상황”이라며 “부산항도 유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지표 변화는 공급망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상황에서 발생해 일시적인 신호일 수 있지만 주의가 필요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대기율이 장기화될 경우 해운사들의 기항지 조정, 우회항 확대, 스케줄 변경 등 2차 파장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적 선사 관계자는 “현재는 하절기 물동량 증가와 접안시설의 일시적 포화가 복합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부산항만공사(BPA)와 선석 할당, 하역 대응 상황을 면밀히 점검 중”이라고 전했다.
부산항은 연간 2200만TEU 이상을 처리하는 세계 7위권 컨테이너 항만이다. 지난해 홍해 사태와 상하이 봉쇄 시기에도 우회 항로 집중으로 혼잡이 일시적으로 심화한 바 있다. 물류업계는 이번 대기율 상승 역시 유사한 흐름으로 보고, 향후 확산 여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